유가, 이달 들어 급등·급락 반복···편차만 배럴당 28달러
개인은 ‘유가 하락’, 기관은 ‘상승’ 관련 상품에 투자
“공급 우려 지속···유가 높은 수준서 거래” vs “문제 해결 가능성 있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제 유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가 하락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러시아 원유 수출 차질로 인해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수요 둔화와 국제 정세 안정 가능성에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급등과 급락 반복하는 국제유가···개인은 하락에 베팅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7.1%(7.42달러)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역시 전 거래일 대비 7% 넘게 상승하며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섰다. 모두 최근 2주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WTI는 지난달 말 배럴당 95.72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달 1일 하루에만 8.03% 급등하며 103.4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이달 2일과 4일 각각 6.95%, 7.43% 급등하는 등 연일 상승 흐름을 보이다 지난 8일에는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인 배럴당 123.7달러까지 도달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WTI는 지난 9일을 기점으로 다시 급락했다. 이날 12.12% 하락하며 108.8달러로 내렸고 이후 14일과 15일 각각 5.78%, 6.37% 떨어지며 100달러 아래에서 가격을 형성했다. 그러다 최근 다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으로 이달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는 배럴당 28.66달러에 이를 정도다.

국제 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원유 투자자들의 희비도 계속해서 뒤바뀌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국제 유가 하락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WTI 가격 하락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를 각각 596억원, 5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WTI 가격 하락에 수익률이 두 배 연동되는 ‘삼성 인버스2X WTI원유 선물 ETN’도 39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 투자가는 유가 상승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품을 주로 담았다. 같은 기간 기관은 WTI 가격 상승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KODEX WTI원유선물(H)’와 3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WTI 가격 상승에 수익률이 두 배 연동되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도 각각 208억원, 15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 유가 높은 수준서 등락 전망 대세···일각선 하락 가능성도 제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다. 그러나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 시설이 예멘 반군으로부터 공격받으면서 공급 이슈가 추가적으로 불거졌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 우려로 하락할 수 있겠지만 러시아의 원유 수출 차질로 유가 하방선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제재가 존재 하는 한 원유시장은 유가 상승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키움증권 역시 공급 측면의 이슈 탓에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원유 수요증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긴 했으나 이는 수요 감소가 아닌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을 의미한다”며 “수요 회복에 낮은 원유 재고,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간 협의체)의 완만한 증산 기조 등을 감안하면 유가는 공급 관련 이슈에 민감한 흐름을 보이며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국제 정세 안정화 가능성에 따라 유가의 하락 추세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봉쇄 정책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OPEC에 증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 내 셰일업체들의 굴착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부담에 국제 정세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유가 하락 전망의 근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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