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기주총 열려···KCGI,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
표대결서 조원태 회장 우위···조 회장 측 지분율 32%, KCGI 17.41%
주총 이후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으로 그룹 내 조 회장 지배력 강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한진그룹.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진칼이 정기 주총을 앞둔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사모펀드 KCGI 간 표 대결이 예고됐다. KCGI가 지배 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제안에 나섰으나, 업계에선 조원태 회장 측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이 KCGI를 앞서고 있는 데다, KCGI 주주 제안 내용이 이미 지난 2020년 주총서 부결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승리할 경우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막을 내리고, 조 회장 체제가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내일(23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및 사내이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두고 찬반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 도입, 이사자격 기준 강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

업계에선 KCGI 주주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진칼 지분율을 살펴보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93%이다. 조 회장과 대립했던 조현아 전 부사장(2.06%)를 제외하면 18.87%이다. 여기에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불리는 델타항공(13.21%)을 더하면 지분율은 32.08%까지 오르게 된다.

KCGI와 반도건설을 합친 지분은 34.43%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10.58%의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이 조 회장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 KCGI는 지분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이번 주주제안이 KCGI 단독 제안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KCGI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분은 17.41%에 불과하다.

명분도 부족하다. 지난 2020년 주총 당시 KCGI는 이사자격 기준 강화, 전자투표제 도입을 비롯해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여은정 중앙대 교수·이형석 수원대 교수·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 4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했으나,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업계에선 KCGI가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을 앞세워 명분을 쌓고, 추후 엑시트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도 KCGI가 패배할 경우 사실상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3자연합이 와해된 데다, 두 차례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될 경우 더 이상 분쟁에 나설 명분과 동력을 모두 잃게 되는 셈이다.

이후에는 조원태 회장 체제가 굳건해질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라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될 경우 조 회장의 그룹내 지배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한진 그룹 내 매출 비중이 70%를 넘는 핵심 계열사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2020년과 2021년 매출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지긴 했으나, 포스트코로나를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최대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기 때문에, 조 회장을 위협할 외부 요인도 사라지게 됐다.

현재 양사 통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상황이며,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아시아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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