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전 공약 파기하고 당선 열흘만에 ‘초고속 결정’
“졸속·불통” 비판 여론 비등···국민 설득 노력 계속해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부지 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합참은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 취임하는 5월10일부터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하고 청와대는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 당선 열흘 만에 내린 초고속 결정이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청와대의 폐쇄성을 극복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국가 대사를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면서 불통 시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소통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역설적으로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은 생략됐기 때문이다.
애당초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가 아닌 ‘광화문 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었다”면서 백지화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도 없이 나온 용산 국방부 이전 발표는 졸속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깡그리 무시한 결정 과정은 완전한 졸속, 불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을 제쳐놓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새정부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긴 어려울 것 같다. 매일 수십만명이 신규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로켓 시험 발사 등 국내외의 위기 국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이전은 반대여론에 불을 지폈다.
윤 당선인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선인의 설명만으로 의구심을 갖는 국민 상당수가 설득되었다고 본다면 오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을 앞세운 새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마저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당선인은 대통령실 이전의 불가피성을 논리적이면서도 합당한 근거를 통해 계속해 설득해야 한다. 불통과 졸속 결정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정책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