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정부 조직 검토 착수···경제 관련 분과 간사 기재부 출신 임명
국힘 내 세수 추계 능력 강화 필요성···금융위·금감원 개편 방향도 관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차기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경제 부처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관심을 모은다.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취지를 살려 책임총리제를 도입한다면 예산 기능을 떼내는 등 기획재정부가 가진 권한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단 조언이 나온다. 다만, 경제 정책 효율성을 봤을 때 기능과 역할 조정을 넘어 큰 폭의 조직개편으로 까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출범하면서 정부조직에 대한 검토도 본격 돌입했다. 부처 중 가장 규모가 큰 기획재정부는 전날 인수위 기획조정 분과와 경제1분과에 직원을 파견했다.
인수위 전체 분과를 총괄하는 기획조정 분과 간사는 기재부 1차관 출신이자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정책과 거시경제, 금융 등 분야를 맡는 경제1 분과 간사는 최상목 전 기재부1차관이 각각 맡는다.
추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재정지원 일자리, 공자기금 등을 예시로 비효율적 재정지출의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국가부채, 가계부채 증가가 우리경제 최고의 취약 요인이란 분석을 내놓는 등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등 기재부 정통 관료적 시각을 갖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기재부 개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재정정상화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운용 기반을 마련하겠단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경제부처 재편에 대한 생각은 드러내지 않았다. 추 의원과 최 전 차관의 판단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기재부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지난해 국세가 당초 정부 추계보다 61조원 넘게 더 걷히는 세수 오차를 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 회복과 부동산 정책 실패가 원인이라고 보지만 정부 세수 추계 능력에 문제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세입 예산은 추정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하기 어렵단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처럼 세수 추계가 부정확한 적이 없었다. 이게 모델에 관련된 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인적 구성 또는 인적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세수 추계에 관련해서는 세수 실명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분위기가 기재부 예산 기능 분리로 이어질 수도 있단 관측을 내놓는다. 다만, 류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은 국정철학과 선거 공약 등 여러 변수들이 있기에 인수위 내부에서 검토할 문제지 밖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사항은 아니”라며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또 다른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도 기재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드릴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기재부는 역대 정부에서 예산 편성 기능을 놓고 통합과 분리를 반복해 왔다. 이승만 정부부터 노태우 정부까지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이원화 체제였으나 김영삼 정부 시기 재정경제원으로 일원화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맞으며 김대중 정부 때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이원화 체제로 돌아갔으나 이명박 정부 때 두 부처를 통합해 지금의 기재부 체제를 구축했다.
기재부는 경제기획 및 예산 편성 기능과 재정, 평가, 세입세출,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 수립과 공공기관 성과 평가 기능까지 더해져 타 부처에 비해 기능과 권한이 막강하단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관료 권력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여러 부작용이 생긴단 비판과 함께 거시 경제의 안정적 운용과 경제정책 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단 반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윤 당선자가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공동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윤 당선자와 안 위원장이 단일화하면서 책임 총리제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기재부가 2008년 국무총리 예산권을 가져오면서 책임 총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가 됐단 지적이 있다. 정책 조정을 담당해야 할 총리실이 권한 부족으로 부처 장악력이 떨어진단 것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책임 총리는 대통령 권한을 나눈다는 의미인데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만한 예산 기능이 없다면 말뿐인 책임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기재부 체제가 윤 당선자 핵심 측근들이 활동했던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등을 감안했을 때 세부 기능과 역할 조정을 넘어 전면적 조직 개편을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조직이 더욱 막강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에서 금융정책 기능을 떼내 기재부에 부여하는 금융감독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현재 기재부가 다소 월권적인 구조란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에 있어서도 예산이란 무기로 좌지우지하는 면이 있어 이를 제어하는 움직임이 필요한데 윤석열 정부에선 오히려 더 강해질 것 같단 생각도 들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있어선 대대적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흐지부지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린다. 금융위가 금융 정책과 금융 감독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융 감독을 전담하는 민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단 지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에 문제가 있단 얘기는 그동안 계속 나왔지만 윤 당선자 공약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내용은 없고, 다른 이슈도 많다보니 크게 바뀌는 게 없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