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기준 수요예측 예정된 IPO 3건 모두 스팩
공모 철회에 상장예심 청구 철회 사례도 다수
“증시 불확실성 증가에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이 뜨거웠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흥행 실패에 공모 철회 사례가 다수 나오는 한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면 수요예측을 본격화 한 기업들도 찾기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IPO 시장이 다시금 활성화되기 위해선 결국 증시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후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IPO는 5곳이다. 오는 22~23일 일반 청약에 나서는 스마트그리드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지투파워를 제외하면 모두 스팩(유진스팩8호, 키움제6호스팩, 미래에셋비전스팩1호, 신한제9호스팩) 종목으로 공모청약 투자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기관 수요예측 역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수요예측 일정이 정해진 IPO는 3곳으로 모두 스팩 종목들이다. 일반 기업 중에서 IPO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은 전무한 상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일반 IPO 4곳의 수요예측이 있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12월 결산 법인의 결산 시즌이 이뤄지는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두드러진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는 IPO 시장 전반에 투자 심리가 냉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4~15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약물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는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공모를 철회했다.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대명에너지 역시 지난달 말 수요예측 성적이 저조하자 상장 철회에 나선 바 있다.
심지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청구단계서 IPO를 철회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부품 제조·판매사인 미코세라믹스는 최근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미코세라믹스는 지난해 12월 심사를 청구하면서 코스닥 상장을 계획했었다. 지방간염 치료제 및 항암 신약 개발 업체인 퓨쳐메디신도 지난달 21일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철회했고 앞선 올해 1월에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한국의약연구소와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기업 파인메딕스도 심사 청구를 철회하며 중도 하차했다.
IPO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플러스 사이즈 여성 의류기업 공구우먼은 56.9대 1의 기관 경쟁률을 보이며 부진했다. 공구우먼은 일반 청약에서도 15.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반면 10~11일 수요예측에 나섰던 세아메카닉스는 1812.83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IPO에 나섰다하면 모두 흥행했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대형 IPO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상황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IPO가 흥행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변한 상태에서 이들만으로는 시장 전체가 다시금 열기를 띄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기 위해선 결국 증시가 반등되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 상승 이슈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리스크도 여전하다”며 “대형 IPO가 나와 분위기 반전이 될 필요가 있는데 이들 기업 역시 시장 분위기를 살펴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