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재계 회동에 초청 받으며 사실상 '전경련 패싱' 종결
미국 등 해외 네트워크 통한 정부와의 협력 기대···4대 그룹 탈퇴 상황서 과거 위상 그대로 갖기는 쉽지 않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6단체장 오찬 회동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6단체장 오찬 회동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재계회동에 공식 초청됐다. 문재인 정부 내내 ‘전경련 패싱’으로 공식 대화상대에서 제외됐던 만큼, 사실상 ‘패싱의 종결’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21일 경제단체장들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도시락 오찬을 가졌다. 이날 경제단체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정부가 해야 될 일”이라며 “정부 주도에서 이제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어떻게 정책적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재계에서 끊임없이 성토해오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평가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전경련을 대표하는 허창수 회장의 참석이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코로나19 대응논의 등 정부가 재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 끼지 못했다.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라는 과거 명성이 무색해졌다. 대신 그 자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채웠다.

이번 오찬 참석을 계기로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공식석상에서 전경련이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정부와 협력 구도를 다시 만든다면 패권주의가 강해지는 국제정세 속 해외네트워크에 강점을 살려 정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동맹관계 재건에 주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경제단체 중 미국과의 네트워크가 가장 강한 단체다. 패싱 당했던 문 정권하에서도 주한미국대사관과 공동주관 행사를 여는 등 민간외교관으로서 역할을 이행해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과는 한미재계회의를 40년 가까이 이어오며 신뢰를 쌓아왔다”며 “여러 해외 채널들을 활용해 민간외교 역할로서 정부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탈퇴한 상황에서 재계를 대표하던 과거 수준으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으로선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사퇴했던 4대 그룹이 당장 다시 전경련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선 (다시 가입할만한) 실익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다시 전경련에 가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전 정권 때와는 위상이 달라져 패싱은 중단 되겠지만, 당분간 대한상의가 주도하는 판세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전경련의 합류로 재계의 목소리가 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에 전달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대기업 인사는 “대한상의는 사실상 모든 기업을 포함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기업 규모별 맞춤형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일단 대한상의가 기업단체 전체의 대표성을 갖되, 각각의 단체가 특성에 걸 맞는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전경련이 더욱 대기업 현실에 들어맞는 목소리를 내주기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그룹사 인사는 “전경련이 좀 더 기업들을 대신해 강한 목소리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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