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전유물에서 MZ세대 투자처로 부상
지난해 260배 증가···미술에서 콘텐츠로 확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대체불가토큰(NFT) 아트의 등장으로 미술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NFT 아트는 디지털 작품의 원본을 증명해주고 비싼 작품도 조각으로 구분해 소액 투자가 가능하며 거래가 간편해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NFT 거래 규모만 260배 성장하면서 미술업계와 블록체인 기업이 빠르게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NFT 아트 열풍은 지난해 비플이 만든 NFT 작품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이 6934만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되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미술품 경매업체인 크리스티가 판매한 첫 NFT 작품으로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 중 세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렸다. 이 소식에 미술 업계를 비롯해 핀테크 업계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 원본증명·쉬운투자···MZ세대까지 구매층 확대
기존 디지털 아트는 복제 가능성으로 인해서 진품 인증과 소유권 보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NFT 등장으로 디지털 아트에 작품명을 포함해 작가명, 세부내용 등 메타데이터를 저장해 원본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즉, NFT 아트는 정품임을 입증해주는 디지털 영수증인 셈이다.
특히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분할하는 ‘N분의 1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구매자층이 MZ세대로까지 확장됐다. 핍세이(Pipsay)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41%가 NFT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낙찰된 비플의 NFT 작품 역시 입찰자 58%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웹에서 클릭 몇 번으로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간단하고 낮은 비용으로 미술품 투자가 가능해진 점도 장점이다. 실제 지난 15일 간송미술문화재단의 ‘금동삼존불감’을 낙찰받은 주인공은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헤리티지 다오’였다. 헤리티지 다오에 56명이 기여자로 참여해 일주일만에 900이더리움(약 32억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미술·블록체인 업계 도전 나서
NFT아트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시장도 커졌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NFT 거래액은 249억달러(약 30조1788억원)로 전년(9490만달러) 보다 260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1월 거래액은 35억달러(약 4조2402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이어졌다.
국내에도 미술업계를 비롯해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들이 빠르게 NFT 거래 시장에 진출앴다.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는 ‘클립 드롭스(Klip Drops)’ 플랫폼을 통해 한정판 디지털 작품을 유통한다. 경매 방식의 옥션과 정해진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에디션 방식으로 사고 팔 수 있다. 클립드롭스는 지난해 우국원 작가의 ‘본파이어 메이테이션’을 5만8550클레이(약 6700만원)에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그라운드X는 클립 드롭스를 통해 카카오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판권에 NFT기술을 적용해 선보일 계획이다. 실제 지난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나 혼자만 레벨업’ NFT는 클립 드롭스에 최초로 선보여 1분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서울옥션은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와 손잡고 NFT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옥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가 NFT예술품 거래 플랫폼 ‘XX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XX블루에서 작품을 확인하고 연동된 ‘업비트 NFT’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서울옥션이 미술품 등 콘텐츠를 제공하고, 업비트가 NFT 발행과 유통을 맡는 식이다. 최근 서울옥션블루는 크래프톤, LG전자 등과 협업하며 NFT 사업을 확장에 나섰다.
두각을 나타내는 강소 기업도 있다. 코인플러그의 NFT거래소 ‘메타파이’가 대표적이다. 이용자는 메타파이에서 META토큰을 이용해 NFT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코인플러그는 그라운드X와 비슷한 규모인 100여 명의 개발진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체 중에선 위메이드가 NFT 옥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는 ‘위믹스 옥션’에서 디지털 아트, 동영상 등을 판매한다. 최근 출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의 아이템도 판매하는 등 게임과의 연계도 강화했다. 위메이드트리는 NFT 작품 거래에서 나아가 구매한 NFT 작품을 전시하는 가상 공간까지 구상한다.
다만, NFT 아트 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로 저작권 및 거래 등과 관련해 법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근·김환기 작품의 경우 작가의 동의 없이 작품을 NFT화해 경매가 취소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NFT 구입을 통해 미술작품을 구입해 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저작권은 작가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백경태 신원 변호사는 “현재 NFT는 법률상 정의가 없고, 제작·거래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규정한 법률도 없다”며 “결국 NFT 거래나 소유와 관련해 현행 법률을 바탕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