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3월 주총 시즌 돌입
다수 투자자 주총 관심 크지 않아
개인 이익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는 한 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 사례였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대선 후보는 24만7077표 차이로 승패가 갈렸는데 이는 역대 1, 2위 간 최소표 차이였다. 이 같은 표 차이에 윤 당선인 지지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아쉬움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작아 보였던 개개인의 한 표가 국가 운명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국가만큼 거창하지는 않지만 한 표의 소중함은 상장사들의 주주총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상장사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 1년 농사를 결산하면서 앞으로의 경영활동을 위한 안건에 주주들의 동의를 거친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주주총회는 일종의 견제 장치이면서 주주 스스로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창구인 것이다.  

실제 주주 간 표대결이 벌어지는 사례는 매년 나오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새로운 배당안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하거나 경영진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위원 선임안이 나오기도 한다. 대표이사의 경영 부진 책임을 묻기 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는 모두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의 적극성은 일반 선거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의결권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이 부결되거나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한 상장사 IR(기업설명) 담당자는 “공시나 우편으로 일반 주주들에 주주총회 참여나 의결권 위임권 대리를 요청하고는 있지만 작은 규모의 상장사다 보니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주 모으기가 쉽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보유 성향이 짙다보니 해당 상장사의 장기적인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의결권을 부여받더라도 주주총회 사이에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보다 장기 투자가 정착될 때 주주총회 참여는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상장사들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몸담고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주총회를 매년 축제처럼 열었다. 회사는 3일 일정으로 열리는 주총에서 장터, 5㎞ 마라톤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스타벅스나 구글 등 기업도 유명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거나 대표가 나와 주주와의 토론을 벌이는 등 주주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이들 주주총회에는 주주들의 참여도가 높다.

현재 전자투표 도입이 확대되면서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프라는 갖춰지고 있는 상태다. 이를 이용해 주식 시장에 높아진 관심만큼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주총회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겠다. 과소평가했던 의결권이 주식 가치를 높이는데 쓰여 계좌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표가 없더라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꽤나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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