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공약 살펴보니···관치적 금융공약 여전
정부 개입 축소 강조했던 尹···관치금융 답습 말아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가 내세운 다양한 금융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정부 개입은 시장 실패를 막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규제 산업인 금융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내건 금융 공약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장 논리와는 다소 거리가 먼 공약들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 의무화’ 공약이다. 해당 공약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예대금리차가 과도할 경우 금융위원회가 금리 산정의 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등 조치를 권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직접적 개입 여지를 열어둔 공약이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시장 자율 원칙으로 이뤄졌던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해 공시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대금리차가 기준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확대되고 축소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금융사의 자율 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이미 분기보고서나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어 해당 공약이 불필요한 추가 조치라는 불만도 나온다.

금리 산정에 대해서는 그간 관치금융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금융위마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가계대출 금리 급등과 관련해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일종이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리 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 당선인 측이 이전 정권에서의 금융위보다 정부 개입에 더 적극적인 셈이다.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시장효율성을 저해하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던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발언과 다소 배치되는 행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연장 공약을 두고도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피해자 금융지원 연장을 주요 금융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문제는 금융지원 조치가 이미 네 차례 연장으로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떠안는 잠재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중은행에서는 금융지원 조치 장기화로 정부가 은행에 부실 위험을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이자 상환만이라도 정상화해 한계차주를 가려내고 은행들이 부실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기화된 금융지원 조치로 깜깜이여신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융지원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고 이제부터라도 금융지원 종료 이후 연착륙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윤 당선인은 오히려 금융지원을 연장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관치금융은 금융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시장효율성을 언급하며 과도한 정부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왜곡된 관치금융 타파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윤 당선인 스스로가 지적했던 이전 정부에서의 관치금융적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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