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 성향 감소···대주주 기부금은 50% 상승
“대주주 과도한 기부 법으로 제한해야” 국민청원글 올라와
한양증권 “순이익 대비 기부금 줄어드는 추세···배당은 지속성장 고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한양증권 소액주주들이 지난해 결산 배당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 수준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데 반해 대주주인 한양학원에 지급하는 기부금은 대폭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몰아주기와 소액주주 홀대가 반복되고 있다며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양증권이 대주주에 과도한 기부를 몰아주고 있다면서 이 같은 행위를 법률로 막아달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특정 대주주에게만 몰아주는 기부행위에 그동안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고쳐지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 520명이 동의한 이 게시글은 현재 사명은 가려진 상태다.
이 같은 청원글이 나온 것은 한양증권의 기부금 및 배당 정책과 관련이 있다. 한양증권은 지난 7일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내면서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되는 기부 내역을 밝혔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총 32억5713만원을 기부했는데, 이 중 30억원이 한양증권의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지분 16.29%)에 지급됐다. 이는 전년 한양학원에 지급한 기부금 20억원 대비 50% 급증한 수치다.
특히 배당 수준이 소액주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과 겹치면서 불만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한양증권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794억원의 잠정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한양증권이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그런데 배당성향은 전년 18.5%에서 지난해 14.9%로 되레 줄었다. 이로 인해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과 배당총액(119억490만원)도 각각 20%, 38.9%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이 같은 상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양증권은 2019년 전년 대비 4.7배 증가한 2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호실적에 따라 배당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70%를 넘어섰던 배당성향은 2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실망감에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이 당시에도 한양학원에 대한 기부금은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일으킨 바 있다.
한양증권은 지난해의 경우에는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차등 배당에 나서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소액주주들에게는 보통주 1주당 750원을 지급하는 대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는 500원의 배당을 책정했다. 우선주는 소액주주의 경우 800원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550원을 배당했다. 소액주주 배당 기준 시가 배당률은 보통주 7.9%, 우선주 8.4%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차등배당이 아닌 균등배당에 나선 상태다.
한양증권 소액주주들은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기부 방지와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과 특정 수준의 배당성향 등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요청할 예정으로 주주 결집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한양증권 측은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한양학원 기부금은 순이익 대비로 보면 매년 줄어들고 있다. 또 기부금은 특정 개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사업을 위해 쓰이도록 법적으로 장치가 돼 있는 부분으로 공익적인 목적”이라며 “이번 배당의 경우 배당총액은 늘었지만 배당성향은 낮아졌는데 이는 자본 확충과 같은 회사의 지속성장성을 고려해서 나온 결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