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부터 판매한 DLF 중 886건, 1837억원 불완전판매
“판매담당한 PB도 내용 정확히 이해 못해···준법감시인제도 형식적”
“불완전판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투자자보호 도외시”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단독 추천된 함영주 부회장이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받은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DLF가 불완전판매임을 인정하면서 하나은행과 그 임직원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등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부장판사 김순열)는 14일 함 부회장 등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다”며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사항을 누락했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금융소비자가 오인하도록 상품을 판매한 사례를 뜻한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2016년 5월부터 판매한 DLF 중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886건(1837억원 상당)이 모두 불완전판매라고 봤다. 당시 영·미 이자율스왑(CMS) 금리 연계 DLF 상품은 최대 원금의 100% 수준의 손실이 우려돼, 증권사들조차 출시하지 않은 최고위험등급 상품이라 지적했다.

재판부는 “DLS/DLF의 기초자산인 해외 CMS 금리의 생소함, 구성요소가 되는 LIBOR금리, 스왑(SWAP) 등 개념의 어려움과 설계·위험구조의 복잡함, 설명보조 자료의 불완전성 등으로 하나은행에서 판매를 담당했던 PB들조차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또 하나은행이 DLF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방지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면서 금융위원회 고시에 세부 사항을 규정할 수 있도록 재위임 했더라도 관계 법령상 그 범위를 예측할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어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준법감시인 제도의 형식적인 운영 등에 비추어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점검기준마련의무’도 그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검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하반기 채권금리가 세계적으로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과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책임을 물어 지난 2020년 3월 하나은행에게 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6개월 정지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함 부회장 등에게 금융회사 취업 등을 제한(3년)하는 중징계(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함 부회장은 불복 소송을 내고 이와 함께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함 부회장이 항소할 경우 재차 효력정지와 관련된 가처분 신청이 불가피해 보인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1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효력정지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효력정지 신청이 없는 한 선고 후 30일이 경과하면 징계처분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함 부회장은 지난 11일 ‘하나은행 채용비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2015년 은행장 시절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의 부정채용) 지시가 있었음을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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