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결과···주총 표결에서 찬성표 확보에 전력 다할듯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함 부회장의 차기 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는데 있어 법률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 부회장은 지난해 말 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최종 선임까지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의 표결을 남겨둔 상황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14일 함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불완전손실 규모가 막대한 데 반해 그 과정에서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를 다 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며 “원고들이 그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함 부회장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이유로 지난 2020년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을 못할 뿐만 아니라 3년간 금융기관 취업도 제한된다. 함 부회장은 징계가 불합리하다며 같은 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DLF를 고객에게 상품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한 책임이 당시 하나은행장을 맡았던 함 부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함 부회장 측은 법규에 따라 필요한 내부통제 체계를 운영해왔다며 맞섰다.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당초 같은 문제로 당국과 행정소송을 벌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이달 말 주총에서 함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는데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1일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법률 리스크 해소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법률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실패했다. 

당장 함 부회장은 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회장 선임에 대한 찬성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1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징계 효력정지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함 부회장 측이 다시 효력정지와 항소심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효력정지를 받아들이면 함 부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로 주총 표결에 나서는데 있어 형식 상 문제가 없다. 항소심에서 추가로 다퉈볼 여지가 있기에 법원도 효력정지 명령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총에서 반대표가 다수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최근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점은 부담이다. ISS는 보고서에서 “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이사로서 함 부회장의 책임, 하나금융의 위험관리에 대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일련의 제재와 기소사실은 실질적으로 지배구조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ISS의 의견을 쉽게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67%정도다. 외국인 투자자 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표결에서 불리해진다. 다만 주총 표결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통과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주총에서 과반이 넘는 찬성표를 받은 바 있다.  

주총에서 회장으로 선임되더라도 DLF 1심 판결은 향후 연임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이에 함 부회장은 항소심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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