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서 제외된 디스플레이 산업···세제 혜택 못 받아
‘OLED 추격’ 中 견제 위해 R&D·인력 양성 지원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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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한국 경제의 한 축인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추격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선 연구개발(R&D)과 세제 혜택, 인력 양성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214억달러(약 26조4000억원) 수준이다. 전년(180억달러·약 22조2000억원)보다 약 19% 증가한 수치로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국내 제조업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정책 비중 낮은 디스플레이 산업···中 추격 속도는 ↑

그러나 정부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에 대한 R&D 지원과 규제 개선 내용이 담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은 제외됐다. 당초 디스플레이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빠지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식 공약집에서도 뚜렷한 디스플레이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디스플레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국가전략산업으로 묶여 대규모 지원과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 정도로 언급됐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 육성, 기술인력 10만명 양성,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대응해 통상 협력 강화 등 구체적 공약이 담긴 반도체 정책과 대비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에 힘입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0년에 국적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36.8%를 기록해 한국(36.6%)을 근소하게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간 지킨 세계 1위 타이틀을 중국에 내줬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중국 점유율이 42.7%로 더 높아지고, 한국은 30.5%로 감소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중국은 OLED 분야에서도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OLED 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국이 압도적 1위지만 중국은 2019년 9.8%, 2020년 12.%,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16%로 상승세다. LCD 부문에서는 2017년을 기점으로 선두로 올라섰다.

◇“원천 기술 확보 중요···인력 양성 통해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이 때문에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특히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OLED와 퀀텀닷(QD)을 비롯해 접히는 폴더블, 돌돌 말리는 롤러블, 신축성이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제품에 대한 R&D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디스플레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핵심 기술에 대한 R&D가 부족하다”며 “리스크가 높아 기업체가 쉽게 할 수 없는 R&D 투자로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한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기업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디스플레이 대학원 설립 등 국가 프로그램도 진행되면 다수의 석박사 인력 배출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취업을 하고, 다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서 빠진 디스플레이 분야를 포함시켜 세액공제나 투자 촉진을 위한 인허가 신속 처리를 가능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디스플레이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투자 촉진 등 포괄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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