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금융지주, 자회사 한투증권 사상 최대 실적에 배당 두 배↑
이병철 KTB투자증권 회장도 전년 대비 배당 수령 크게 늘어
올해 업황 부진 전망에 내년 오너 배당 규모도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늘리면서 오너들도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두게 됐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전년 보다 두 배 증가한 700억원대 배당을 수령하게 됐고 이병철 KTB투자증권 회장도 70%가 증액된 배당금을 받게 돼 눈길을 끌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전날 공시를 통해 2021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150원, 우선주 1주당 6211.5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보통주 기준 전년도 결산 배당인 3000원에서 두 배 넘게 증액된 수치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배당 확대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과 관련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1조44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04.4% 수치로 한국투자증권의 사상 최대 기록이다. 기업금융(IB)과 위탁매매(BK) 부문이 호조를 보인 데다 카카오뱅크의 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포함된 것이 실적 증대로 이어졌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532원이던 1주당 배당금을 1만2800원으로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배당 서프라이즈로 일반 주주뿐만 아니라 오너인 김남구 회장도 막대한 배당 수입을 거둘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1153만4636주(2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책정된 주당 배당금으로 계산하면 김 회장이 수령할 배당 총액은 약 709억원이 된다. 지난해 배당금인 346억원과 비교하면 대폭 증대된 것이다.

이는 증권사 오너 중 배당 수익 1위에 해당한다. 그동안 배당 수입이 가장 많았던 증권사 오너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 배당으로 87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배당을 축소하고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주주환원 정책을 꺼내면서 올해는 책정된 배당금이 203억원으로 줄었다.

보유 주식 수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와 사업보고서 기준. 배당금은 세전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보유 주식 수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와 사업보고서 기준. 배당금은 세전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다른 증권사 소유주 역시 배당 수입이 증가했다. KTB투자증권 주식을 1509만3905주(25.03%) 보유하고 있는 이병철 회장은 37억7347만원을 올해 배당받을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 수령액인 21억1408만원 대비 78.5% 증가한 수치다. KTB투자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17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배당금이 대폭 늘어난 결과다. 

이밖에 대신증권 오너일가인 이어룡 회장과 양홍석 부회장도 배당으로 각각 16억7719만원, 69억7993만원을 수령하게 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6.5%, 26.2% 늘어난 금액이다. 이른바 은둔 증권사인 부국증권 역시 지난해 증가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33% 가량 늘렸는데, 이 회사 오너인 김중건 회장의 배당 수령액도 전년도 21억원에서 37억원으로 증가했다. 윤경립 유화증권 회장도 전년 대비 18.1% 증가한 16억9149만원을 배당 받게 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 대비 증권업황이 부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배당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상 시기를 맞아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특히 지난해 증권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브로커리지 부문이 올해에는 증시 부진 영향에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1∼2월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39.2%가량 줄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는데 지난해 대비 올해에는 증권업황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적이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배당 성향을 높여 배당금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면 배당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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