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사업방향 공개하며 사업 추진 의지 천명
투자심리 얼어붙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상장 서두르지 않을듯"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올 초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양대 과제로 꼽혔던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문제가 서로 상반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반면,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일 현대차는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하며 시장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경기도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하는 등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사업방향을 소개하고 공식적으로 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현대차는 5년‧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올해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로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 가속화는 더 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과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자신감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중고차 업종은 진작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됐었지만, 중고차업계 반발 및 정부 제동으로 대기업 진출이 막혀있던 상태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가 오는 17일께 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현대차의 시장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5년‧10만km 이내 차량을 취급하겠다고 한 것은 중고차 시장 진출하는 회사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라며 “소비자 여론, 법적 근거 등을 고려하면 어떤 정권이 올지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 진출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고차 시장 진출과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큰 과제 중 하나였던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이와 상반된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사측은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고 철회배경을 설명했다. 쉽게 말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언제쯤 상장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증시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뿐 아니라, 마켓컬리 등 기대주들도 시장침체로 상반기 상장이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연기는 곧 지배구조 개편 연기로 이어질 수 있다.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처분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이나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제값을 받기 전에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당장은 지배구조 개편 없이도 정의선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문제는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