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대면 심문이 원칙···소환 거부했거나 출석 어려운 사정 있는 듯
“의사결정능력 확인 절차”···의료기록 확인하고 정신감정도 촉탁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청구···‘보복운전’ 사건으로 경영권 밀려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범LG가(家)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구자학(92) 회장에게 청구된 성년후견개시 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 재판부가 구 회장 거주지로의 출장조사를 명령했다. 사건본인(구 회장)에 대한 직접 대면 심문이 원칙인 성년후견개시 심판사건에서 거주지로의 출장조사는 이례적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장남 구본성(65) 전 아워홈 부회장이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심리하는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 이광우 부장판사는 가사조사관에게 사건본인(구 회장) 거주지로의 출장조사를 명령했다. 지난해 12월30일 첫 일정이 잡힌 뒤 세 차례 기일이 변경됐고, 재차 오는 18일 오후 가사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번 가사조사는 구 회장 본인을 법원으로 부르는 ‘조사기일 소환’ 이후 이뤄지는 것으로, 조 회장 측의 소환을 거절했거나 법원에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하는 경우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구 회장)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사건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당사자를 직접 대면해 의사를 청취하는 심문을 원칙으로 한다. 사건본인의 정신능력이나 의사표현력이 미숙한 경우에는 주변인이 진술이나 서면의 내용을 조작해 사건본인의 의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건본인이 장기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든지 의도적으로 법원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등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심문 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인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의사의 진단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판단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가사조사관의 출장조사’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가사조사에 앞서 삼성서울병원과 한양대학교에 문서제출을 명령했는데, 구 회장의 의료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에 정신감정 또한 촉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성년후견 사건은 사건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의 결여·상실 여부 등이 중요하다”며 “사건본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자학 4남매 경영권분쟁 연장선?···구본성 ‘보복운전’ 이후 해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이번 심판 청구는 아버지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달라는 내용이지만, 아워홈 4남매의 ‘경영권분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워홈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창립한 회사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지난 2017년부터 이어졌다. 막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현 대표이사)이 먼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LG家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에 참여한 게 단초가 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계열사 캘리스코 대표로 물러났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아워홈이 캘리스코에 납품을 중단하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난해 ‘보복운전’ 사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판세가 뒤집혔다. 아워홈은 이사회를 통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업계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잃은 뒤 부친과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번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는 이야기도 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사 측의 고소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지엽적인 절차적 하자’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워홈의 주식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6%를, 구미현(19.3%)·명진(19.6%)·지은(20.7%) 세 자매가 각각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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