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에 4000억원 투입···은행·생명에도 지원 전망
신종자본증권 통해 재원 마련해야···이자비용 증가

NH농협금융지주 서울 서대문 사옥 전경 / 사진=NH농협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올해도 계열사 자금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농협금융의 자회사 자금 지원 규모가 증가할수록 부담도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농협금융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계열사에 지원할 자금을 확보해야하는데, 발행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3자 배정으로 진행돼 새로 발행된 주식은 최대 주주인 농협금융이 소유한다. 농협금융이 4000억원의 자금을 계열사인 NH투자에 투입하는 셈이다. 이번 증자로 농협금융이 소유한 NH투자의 지분율은 49%에서 56%로 크게 오른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2000억원을 NH투자에 지원한 바 있다.   

그룹 비은행 부문의 '맹주' NH투자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NH투자는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순익(9315억원)을 거뒀다. 이번 증자로 NH투자는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을 더 늘렸다. 농협금융은 지분율 상승으로 NH투자의 더 많은 순익을 그룹 실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으며, 배당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농협금융은 효자 계열사 지원뿐만 아니라 그룹의 ‘약한 고리’도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농협생명은 내년에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부채를 시가(현재가치)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 부채가 크게 증가해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IFRS17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IFRS17 대응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율은 작년 상반기 기준 8.05%로 상위 8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다. 경우에 따라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단 평가도 나온다. 

최대 계열사인 농협은행에도 자금 지원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아있다. 농협은행도 자본건전성 지표(단순기본자본비율)가 타 금융지주보다 낮다. 농협금융이 최근 모기업인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금 1조1000억원을 농협에 투입한 이유도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협금융은 최근 2년 간 농협은행에 투자금을 내려 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자회사의 잇단 증자는 농협금융의 자본확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는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기에 자회사에 투입하는 자금은 다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끌어오거나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하는 방식을 택한다. 선순위채권 발행 등 차입으로 지원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재무구조(이중레버리지 비율)가 악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농협금융은 가장 많이 이익을 얻고 있는 은행으로부터는 자금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자본건전성 개선 때문에 자본 유출을 최대한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자본확충을 위해 증자를 통해 중앙회로부터 또 자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농협금융의 현실적인 대안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확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기엔 금리가 오르고 있어 부담이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시사로 시장금리는 크게 올랐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소폭 하락했지만 국고채 3년 금리는 2.2% 선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금리의 여파는 농협금융도 피할 수 없었다. 농협금융은 최근 5년 중도상환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을 5610억원 규모로 발행했는데, 금리는 4.1%였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해 기록한 발행 금리 가운데 우리금융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머지 금융지주의 5년 옵션 물은 4%로 방어했다. 농협금융이 역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도 계속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 상승은 다른 금융지주도 겪는 문제인 만큼 농협금융 입장에서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자회사 자금 지원은 올해도 시장 상황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NH농협금융지주(5년 콜옵션 기준) / 자료=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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