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 위치’놓고 주주·포항시·광양시 모두 설득해야 할 상황
현대제철 안동일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사상최대 실적을 내며 사업적으로 더없이 좋은 날이 계속됐던 철강업계가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난감한 표정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위치와 관련해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었고, 현대제철은 현장에서의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받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포스코는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9조원대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대비 283.8% 증가한 수치다. 현대제철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인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51%나 증가한 수치다. 업계 호황으로 코로나19 시국이 무색할 정도를 넘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해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사업은 문제없지만 달갑지 않은 이슈들이 두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적분할 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는 지주사의 위치를 놓고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두려고 하자 포항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대선후보와 포항이 지역구인 의원들까지 가세했고 예정대로 서울에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포스코는 지주사를 포항에 두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해당 논란은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주사 포항설치 결정 이후에도 “주소뿐만 아니라 인력과 조직이 함께 와야 하며 범대위는 이번 합의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고 계속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있는 광양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광양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4일 지주사 포항설치 계획과 관련, “광양시민들을 무시하는 포스코의 일방적인 발표에 분노한다”며 최정우 회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지주사 포항 설치 문제로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도 바쁜 포스코는 졸지에 광양시민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주, 포항시민, 광양시민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사회, 주총을 거쳐 결정된 사안을 외부에서 흔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동자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 2일 당진제철소에서 금속을 녹이는 대형용기에 노동자가 빠져 숨졌고, 연이어 5일엔 예산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안동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데 이어 당진공장 등 4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끊임없이 터지자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그야말로 ‘경영난제’다. 현대제철은 자칫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을 경우 안동일 대표이사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 대표 임기는 오는 23일까지로 연임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돼 왔다. 포스코의 지주사 위치 논란은 겉보기엔 현대제철보다 급박해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인사는 “현대제철의 사고는 기업 내부적으로 풀어내고 대처할 수 있는 난제지만, 포스코는 문제가 나오는 곳들이 모두 이해관계가 다른 외부여서 스스로 풀어가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해석했다.
업계에선 철강업 특성상 대외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두 회사의 국내 상황이 실적 등 사업에 직접적으로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처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은 주주들을 동요시키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