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보사 생존급여금 11조4720억원···전년말 대비 6.7% 증가
평균수명 확대에 연금 보험금 지출 늘어···재무 부담 확대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고령화에 따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생존급여금이 1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고령화로 인한 지출 부담이 가중되면서 생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1월 말까지 23곳의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한 생존급여금은 총 11조4720억원으로 2020년 말(10조7473억원) 대비 6.7% 증가했다. 이로써 생보사들의 생존급여금 지출은 2020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1조원을 돌파했다.
생존급여금은 계약만기나 중도해지, 상해·입원·사망 등에 따른 보험금이 아닌 계약기간 내 사망하지 않은 고객에게 지급되는 연금 성격의 보험금이다.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과 반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생보업계 맏형격인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2조8612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672억원) 대비 11.4% 증가했다. 교보생명 역시 같은 기간 1조3059억원에서 1조8215억원으로 39.5% 급증했으며, 한화생명도 같은 기간 1조2771억원에서 1조3690억원으로 7.2% 늘었다.
이외에 ▲NH농협생명 17.4% ▲미래에셋생명 39.6% ▲동양생명 16.9% ▲흥국생명 7.8% 등도 1년 새 생존급여금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업계의 생존급여금 지출 확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9조2103억원 규모였던 생보사들의 생존급여금은 ▲2018년 말 9조8032억원 ▲2019년 말 9조8593억원 ▲2020년 말 10조7473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생존급여금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연금보험 상품이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사망하지 않고 연금 보험금을 지속적으로 수령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생보사들의 지출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9년 대비 46만명 증가한 820만6000명으로 조사됐다. 고령층 인구가 80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20년이 처음이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9년 15.5%에서 16.4%로 0.9%포인트 늘었다.
문제는 업황 악화로 생존급여금 등 보험금 지출에 따른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사실상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보험료 수입을 확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보험금 지출만 더 늘어나게 되는 까닭이다.
생보사들은 보험영업에서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투자영업이익 확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올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증시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투자 부문에서도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보험료 수입이 늘어날 여지는 적은 반면 보험금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역마진으로 인한 손실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지난해 보험영업 부문의 손실을 투자영업수익으로 상쇄하면서 실적 개선을 거둘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 주식시장 여건도 악화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투자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