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소주 출고가 인상···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가격 인상 검토
대부분 식당·주점 소주 5000원대 유지···“상황 따라 6000원으로 올릴 가능성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주류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 주요 편의점의 소주 판매가도 인상됐다. 업계 1위 브랜드가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리자 롯데칠성음료·무학·보해양조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거나 결정했다. 업계가 소주 가격 도미노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오는 4월 맥주 가격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식당·주점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날부터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 병과 일부 페트류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7.9% 인상했다. 인상 대상은 업소용 360㎖병과 가정용 페트병류 일부 제품이다. ‘진로’ 제품도 출고가가 7.9% 인상됐고, 일품진로는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하이트진로 가격 인상 결정에 무학은 다음달 1일부터 소주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출고가를 평균 8.84% 인상하기로 했다. 보해양조도 다음달 2일 ‘잎새주’, ‘여수밤바다’ 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 올린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공병 취급 수수료, 제조경비 등 전방위적으로 큰 폭으로 원가가 상승했고 그동안 내부적으로 비용절감, 효율화를 통해 인상분을 흡수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가 주요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하이트진로사의 소주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판매가격이 소폭 인상됐다.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의 판매가는 기존 1800원에서 1950원으로 인상됐고, 진로이즈백은 1600원대에서 1800원으로 통일됐다. 다만 편의점의 경우 최종적으로 개인사업자인 점포 경영주가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100원단위로 인상해 1900~2000원으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아직 소주 최종 가격 인상분을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식당·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주류 가격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19년 소주 출고가가 6.45% 한 차례 인상된 후 서울 강남권 식당에서는 이미 소주 한 병 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당시 맥주도 출고가를 올리면서 맥주 역시 1병 당 5000원에 팔리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주세가 올라 주세 인상분과 원부자재 인상분을 더해 10% 내외의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주류 가격을 인상 여부를 며칠 째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상 주류는 제조사를 거쳐 주류 전문 도매상, 소매점(편의점·마트 등)을 거쳐 소비자가 구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붙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 폭은 더 커지게 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이미 소주 한 병에 5000원으로 팔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손님도 없는 상태”라면서 “일단 주변 식당 좀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에 마트갔더니 사람들이 소주를 궤짝으로 사길래 무슨일인가 했었다”면서 “다들 소주 가격 인상 전에 대량 발주해 확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5)는 “마음 같아서는 6000원에 팔고싶은데 두 병 시키면 1만원이 훌쩍 넘지 않냐. 누가 마시려 하겠냐”면서 “주류 값은 그대로 두고 다른 메뉴 가격을 조정하거나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했다.
김씨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유아무개씨(43)는 “어제 참이슬, 진로이즈백, 자몽에이슬 등을 쟁여놨다”면서 “일단 4000원을 유지하고 주변에 얼마나 받는지 확인해서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미리 발주해두길 잘했다”며 “술값 올렸다 손님 끊기면 어떡하냐”고 덧붙였다.
기자가 이날 서울 종로구·강남구 일대를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식당·점주는 4000~5000원대의 소주값을 유지하고 추후 상황에 따라 6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일식당 점주는 소주 가격을 8000원대로 인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연일 소주 가격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들은 “주변 상권 올릴 때 같이 올리겠다”, “일단 5000원 유지하겠다”, “지방은 4000원 유지” 등 글이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