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 자청해 입장 밝혀
“대장동 아파트 분양받은 가족 없어···명예훼손 엄정하게 심판 받아야”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조재연 대법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장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조재연 대법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장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장동 의혹 정영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 대법관은 23일 오후 2시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사실무근이다”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의혹 제기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김만배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고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김만배 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이 있거나), 일을 했거나 통화한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김만배 전 기자와 성균관대 동문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의심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조 대법관은 김 전 기자가 자신의 딸에게 주거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저는 30년 가까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해왔고,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다 딸 하나는 2016년 결혼해 분가해서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다른 딸 하나는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서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딸은 저와 함께 살고 있다”며 “저나 저희 가족이나 제 친인척 중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 기억에 대장동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것이 반년 가까이 되는데 그사이에 제가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단 한 번의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 없다”며 “검찰이 볼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대선 시국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 여야 간에 공방이 많이 있어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대선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 제가 제 의견을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의에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배경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조 대법관은 “직접 대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거론했다”며 “현직 대법관으로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밝히는 게 옳은지 고민 끝에 기자회견을 통해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혹이 계속 증폭돼 선량한 국민들이 오도할 염려가 있는 점, 국민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는 사법부가 의혹 제기로 불신의 부채질을 더하는 격이 될 수 있는 점, 전국 법관들이 상처를 입고 국격이 낮아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조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 멤버인 김 전 기자가 녹취록에서 50억원 상당의 빌라를 제공하려 했다는 ‘그분’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2021년 2월 4일 김 전 기자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으로 임명된 조 대법관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바 있다. 녹취록 대화가 이뤄진 시기의 법원행정처장은 조 대법관이었다.

이 같은 녹취록 내용은 지난해 10월 정치권 등에서 일부 알려졌고 김 전 기자가 조 대법관의 딸에게 판교 타운하우스(빌라)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기자는 2019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있는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천화동인 1호 명의로 계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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