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스마트팩토리·디지털 전환 집중
SK이노, 공장 간 제품 품질 균일성 강조···화재 진화 기술 상업화 예고도
K배터리, 화재 이슈 겪으며 ‘안전성’ 강화 초점···“5년 내 안전성 확보 가능할 것”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면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생산 프로세스 구축에 힘쓰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을 적용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량은 2025년까지 60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미국·유럽·중국·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거점에서 2025년까지 400GWh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한국·미국·유럽·중국 등에서 2025년까지 200GWh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현재 한국·유럽·중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구체적인 배터리 생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장 증설을 본격화하면서 배터리 생산 프로세스 역량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현지화를 통해 각 거점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각 공장마다의 배터리 품질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1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미국 AI기업 엔비디아 출신의 변경석 박사를 영입했다. 변 박사는 머신러닝 전문가로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서 글로벌 공장의 스마트팩토리화 계획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작년 12월에는 스마트팩토리 기술 선도기업인 독일 지멘스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미국 테네시의 얼티움셀즈 제2공장부터 지멘스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해 제조지능화 공장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이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도 배터리 안전성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지난 20일 SK이노베이션 공식채널을 톤해 글로벌 사업 운영을 위해 글로벌 공장 간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번지지 않게 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올해부터 배터리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생산 프로세스 고도화는 결국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단계다. AI 전문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기존의 공장도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스마트팩토리는 적용하면 불시에 기계가 고장이 나거나 불량품이 나오는 걸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들 간의 균질성이 유지되고, 제품의 완성률을 높인다. 공장에 표준 시스템이 확립된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화재 이슈를 겪으면서 안전성 이슈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GM에 공급한 배터리 문제로 대규로 리콜을 하게 되면서 막대한 리콜비용을 부담한 바 있다. 삼성SDI도 2020년 BMW, 포드에 공급한 배터리에서 화재 이슈를 겪은 바 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은 아직 전기차에서의 배터리 화재 문제를 겪은 적은 없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한 차례 큰 배터리 화재 이슈를 겪었기 때문에 안전우선주의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초기 시장에 배터리 안전이슈가 발생하고, 이를 극복한 경험은 장기적으로 K배터리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은 내연기관 차가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까지 100년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는 훨씬 빠른 속도로 안전성을 가져가고 있다. 향후 5년 내에는 안전성 이슈가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