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 올해 약 1345억원 규모 투자금 유치
임상 3상 자금 수혈···글로벌 상용화 기대감 확대
“현지서 3상 진행하면서 기술수출 가능성도 고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아리바이오가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인 ‘AR1001’의 올해 하반기 미국 임상 3상 개시를 예고했다. 아리바이오는 대규모 투자금 유치로 임상 3상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성공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상용화 기대감이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늦춰주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으면서 'K-치매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리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이 임상 3상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완벽한 치료제가 없었던 치매 치료제 개발에 국내 바이오벤처의 성과가 주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아리바이오는 경구용(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AR1001’의 12개월간의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캑터스자산운용으로부터 345억원 규모 투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메리츠증권 등 3곳의 기관투자자로부터 10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리바이오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AR1001의 임상 3상 진행 비용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아리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되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3상에 돌입할 방침이다. 미국 내 임상 3상 피험자 규모는 총 750명으로 250명은 위약(가짜약)군, 500명은 복용군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추가 임상이 필요할 경우 250명 규모의 서브 피험군을 모집할 계획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만큼 안정적으로 미국 임상 3상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3~4월 FDA에 임상 3상 IND 제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승인이 나는대로 올해 하반기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AR1001은 뇌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개선,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장기기억 형성 단백질과 뇌세포증식 단백질 활성화, 뇌의 독성 단백질을 제거 등 다중 작용하는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 2011년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SK케미칼에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아왔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AR1001은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2상 결과,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또 미국 내 21개 임상센터에서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결과, AR1001 저용량(10mg) 또는 고용량(30mg)을 투여받은 환자군 모두에게서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저용량군의 경우 투약 4주부터 약효가 나타나 26주까지 위약군보다 인지기능이 25.6% 향상됐다.
◇ 임상 3상 이후 대규모 기술수출 추진할까
아리바이오는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진출을 목표로 임상을 추진해왔다. 다만, 글로벌 상업화도 염두 해 국내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 임상 3상이 진행되면 대규모 기술수출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은 1·2상 단계에 머물러있는 후보물질보다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후보물질의 몸값도 임상 1·2상때보다 최소 수배 이상 높아진다. 아리바이오 역시 AR1001의 가치 제고를 위해 임상 3상이 시작된 이후에 기술수출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2상이 끝난 시점부터 기술수출 협상 제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임상 3상까지 주도해 AR1001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며 “아리바이오 미국 지사의 주도로 현지 CRO(임상시험위탁기관)와 함께 임상 기관 선정 및 피험자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국내외 치매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치매 치료제 시장도 덩달아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8.6%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오는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현재 약 30억달러로 추산되지만, 오는 2024년엔 약 126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