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키움證,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 1·2위 등극
서학개미 대상 수수료 급증···해외파생상품은 키움·교보證 ‘양강’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증권사들의 서학개미 유치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삼성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 1위 증권사로 올라섰다.
키움증권 역시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이 급증하면서 삼성증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은 해외파생상품 거래도 교보증권과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면서 서학개미 열풍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증권사로 파악된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달리 지난해 서학개미 대상 수수료 수입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증권은 수년간 해외주식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증권사였다. 경쟁 심화로 수수료 관련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 해외주식 열풍···증권사 수수료 수입도 급증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은 1676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2020년에는 1162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44.2%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1530억원)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3위였던 키움증권도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은 1539억원으로 전년(74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서학개미 열풍으로 다른 증권사들 역시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이 급증했다.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을 신고한 26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총합은 8508억원으로 전년(5467억원) 대비 55.6% 증가했다.
늘어난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대부분은 대형증권사들이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589억원에서 944억원으로 60.1% 늘었고 NH투자증권(373억원→856억원), KB증권(354억원→695억원) 역시 두 배가량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1348억원을 거뒀는데 지난해에는 1530억원으로 1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성장세는 다른 증권사 대비 다소 뒤처진 셈이다.
◇ 해외파생거래는 키움·교보證 ‘쏠림’
서학개미들은 해외주식뿐만 아니라 해외파생상품도 거래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거래하는 해외 파생상품은 주로 미국 주가지수나 원유, 금 관련 파생상품이다.
지난해 국내 해외파생상품 수수료는 총 4660억원으로 전년(4023억원) 대비 15.8% 늘어났다.
국내 해외파생상품 수수료는 사실상 키움증권과 교보증권이 시장을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해외파생상품 수수료 수입은 1552억원, 교보증권은 1404억원으로 두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이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키움증권과 교보증권으로의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 키움증권은 1264억원에서 1552억원으로 288억원 증가했고 교보증권은 721억원에서 1404억원으로 683억원 늘었다. 두 증권사의 증가분은 971억원으로 전체 시장 증가분(637억원)을 초과한다.
DB금융투자(128억원→234억원)을 제외하면 다른 증권사들은 대부분 해외파생상품 수수료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삼성증권 100% 자회사인 삼성선물은 270억원으로 전년(262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나머지 증권사나 선물사는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 삼성·키움證 ‘고성장’···미래에셋證 ‘정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과 해외파생상품 수수료를 더해보면 키움증권이 국내 서학개미 열풍의 수혜를 가장 많이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 및 파생상품 수수료 수입은 교보증권(554억원), 미래에셋증권(552억원), 삼성증권(524억원), 키움증권(513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키움증권의 수수료 수입은 3091억원으로 2년 만에 6배가량 늘었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1946억원으로 2년만에 수수료 수입을 4배가량 늘렸다. NH투자증권(217억원→972억원)과 교보증권(554억원→1418억원), KB증권(254억원→762억원), 신한금융투자(144억원→568억원) 역시 최근 2년간 서학개미 관련 수수료 수입이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수수료 수입이 1446억원으로 2019년 55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5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만 경쟁사 대비 성장률이 유독 낮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수수료 인하(0.07%) 및 환전수수료 0원 등의 마케팅을 확대, 강화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