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니로EV 택시 모델 출시 예정···전고 높이고 앱미터기 등 필수 기능 탑재
정부, 2025년까지 전기·수소택시 10만대 보급 목표···올해 1만6400대 계획
택시 보급 활성화 위해 다양한 신차 출시 및 구매 부담 낮춰
택시용 출시 따라 이미지 소모 변수도···“자칫 영업용 차량으로 고착화 우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택시 사업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낸다. 과거 국내에서 쏘나타, 그랜저 판매량 증가에 택시 사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만큼,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택시 사업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택시용 니로EV를 출시할 계획이다. 니로EV 택시 모델의 경우 기존 니로EV를 기반으로 승·하차가 용이하게 지붕을 높이고 티머니와 개발한 앱 미터기, 호출·배차앱, 내비게이션 등 택시 영업에 필수적인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전기 택시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나 LPG 차량보다 유지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간 차량을 운행하는 택시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5 출시 당시 영업용 모델을 판매하며 전기차 택시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영업용 아이오닉5 가격은 법인·개인(일반 과세자)는 4495만원, 개인택시(간이과세자)는 4083만원이다. 일반 아이오닉5 스탠다드 익스클루시브 모델(4695만원, 세제혜택후 개별소비세 3.5% 기준)과 비교해 약 200만~600만원가량 저렴하다.
기본적인 성능은 동일하나,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스마트크루즈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포함된 첨단주행보조기능을 뺐다.
기아 EV6의 경우 아이오닉5처럼 영업용 모델이 따로 출시되진 않았으나, 일부 택시 운전자들이 일반 승용 모델을 택시용으로 등록해 활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택시용 전기차 판매는 수백여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높지 않지만 추후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따라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를 20만7500대 보급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며, 그 중 승용차 물량의 10%인 1만6400여대를 택시에 별도 배정하기로 했다. 또한 전기택시에 지원하는 추가 보조금 200만원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경우 올 상반기에 택시용 전기차를 1500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수소택시 1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도 향후 5년 내 서울시내 택시 20%를 전기차로 전환할 방침이다.
전기 택시 보급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쏘나타, 그랜저와 기아 K시리즈가 택시 사업을 통해 보급 속도가 빨라진 만큼, 향후 차세대 전기차 보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택시 숫자는 총 25만대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 택시는 약 3000여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대부분 택시가 내연기관·LPG 차량이나, 향후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현대차 쏘나타 내수 판매 6만3109대 가운데 택시는 1만7276대(27.4%)에 달한다.
또 현대차는 택시 사업자들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값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 택시 사업자는 전기차를 구매한 뒤 곧장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에게 매각하고, 이후 사업자는 전기차 보유기간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지급한다. 사업자는 배터리 가격이 빠진 가격으로 전기차를 싸게 구매할 수 있어 전기 택시 보급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택시용으로 보급될 경우 득과 실이 분명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고심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확실하지만, 그만큼 이미지 소모가 커 자칫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쏘나타가 ‘영업용 택시’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국내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신형 전기차를 택시로 무작정 내놓기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EV6 대신 상대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니로EV를 택시용 전기차로 선택한 것도 이미지 소모를 감안한 정책으로 풀이된다”며 “현대차그룹이 향후 다양한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초기 모델 중심으로 택시를 보급해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아이오닉5, 니로EV 외에도 택시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고 충분한 물량을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