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만성질환 치료제 매출 증대···대웅제약, ‘나보타’ 등 전문약 매출 늘어
HK이노엔과 ‘케이캡’ 공동판매 종근당에 대웅제약 도전···영업 귀재 격돌에 업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해 각각 최다 매출을 기록한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만성질환 치료제와 전문의약품에서 매출 증대를 이뤄낸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영업의 귀재로 불리우는 두 제약사가 올 하반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격돌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상장 제약사들이 지난해 잠정 경영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상위권 제약사들은 지난 2020년보다 증가한 매출 실적을 내놓고 있다.
우선 최근 종근당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매출액은 1조3456억원이다. 전년대비 3.1% 증가했다. 역대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967억원으로 전년대비 22.0%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38억원으로 51.5% 줄었다. 종근당 실적에서 눈에 띄는 점은 만성질환 치료제 매출 증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은 만성질환 치료제가 전체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을 주요 만성질환으로 분류하는데 이같은 질환 치료제는 코로나 여파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기존 매출을 일정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종근당이 만성질환 치료제로 내세우는 품목은 자체 개발한 당뇨신약 ‘듀비에’와 고혈압복합제 ‘텔미누보’,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아토젯’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듀비에 지난해 처방액은 220억원대다. 텔미누보는 지난해 470억원대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텔미누보는 두 개의 고혈압치료제 성분(텔미사르탄+S암로디핀)을 함유한 제품이다. 종근당이 개발한 첫 복합신약이다. 아토젯 외래 처방규모는 860억원대로 알려져 매출 호조를 보였다.
또한 대웅제약 지난해 잠정 매출액은 1조1530억원이다. 전년대비 9.2% 증가했다. 대웅제약 역시 최다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89억원으로 전년대비 423.6%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16억원으로 31.1% 성장했다. 대웅제약도 만성질환 치료제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제품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올로스타’와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젯’, 당뇨병치료제 ‘다이아벡스’ 등이다. 대웅제약이 개별 품목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만성질환 치료제 3개 품목은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크레젯과 다이아벡스는 자체품목이어서 영업이익 증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웅제약이 지난해 최다 매출을 기록한 주요 원인은 ‘나보타’를 포함한 주력 전문의약품 매출 증대로 분석된다. 실제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 지난해 매출은 796억원이다. 지난 2020년 504억원에 비해 57.9% 증가한 실적이다. 이처럼 지난해 긍정 실적을 달성한 종근당과 대웅제약의 올해 움직임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각각 최다 매출을 기록한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 영업의 귀재라는 별칭답게 올해도 영업 현장에서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 종근당은 지난 2019년 3월 HK이노엔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시장에 선보인 이후 이노엔과 코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웅제약이 지난해 말 역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펙수클루’를 허가 받아 올 하반기부터 국내와 해외 P-CAB 제제 시장에서 격돌이 불가피한 현실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과 종근당은 거래처를 구분하는 다른 제약사 코프로모션 방식과 다르게 케이캡 계약에서는 동일 의료기관에 자사 영업사원이 공동 출입할 수 있게 했다”라며 “결국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처방하는 의료기관에 올 하반기부터는 최대 3명 영업사원이 출입하며 자사 품목을 소개하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즉 HK이노엔과 종근당의 연합군과 대웅제약이 경쟁하는 구도 등 여러 형태 영업이 P-CAB 제제 시장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케이캡의 지난해 외래 처방실적이 1096억원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올해 대웅제약이 펙수클루로 참전하면 P-CAB 제제 시장이 얼마나 확대되고 종근당과 대웅제약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은 제조한 케이캡 전량을 종근당에 판매하고 도도매 등 유통 역할까지 부여해놓은 상황”이라며 “대웅제약이 향후 어떤 영업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펙수클루 출시 후 업계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