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시 청문회, 학동 사고 책임 여부 놓고 공방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수위 결정···최종 발표까지 수개월 예상
학동·화정동 사고 묶어 처벌할 수도···사회적 주목도 높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 청문회에 나서는 가운데 처벌 수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청문회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학동 사고와 올해 초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물을 경우 ‘1년 8개월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 말소’까지 거론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오후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중대재해 혐의를 받는 HDC현산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기 전 마지막 절차다. 앞서 학동 사고를 조사한 국토교통부와 광주 동구청은 건설산업기본법상 ‘고의과실에 따른 부실 공사’ 혐의로 HDC현산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서울시와 HDC현산이 학동 현장에서의 재하도급과 관련해 사고의 책임 범위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정부는 HDC현산의 관리 부실 등 책임을 주장하는 반면 HDC현산은 과도한 추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서울시는 청문 절차를 거친 뒤 최종 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최장 8개월의 영업정지가 가능하나 HDC현산의 해명과 법리 검토 결과 등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8개월 영업정지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HDC현산은 학동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광주에서 다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서 일어난 두 번의 대형 사고로 인해 전국적으로 HDC현산의 퇴출과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만큼 서울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처분 결과가 나오려면 수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행정처분은 청문회 이후 1개월 뒤 내려지지만 서울시는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아 한 차례 청문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HDC현산에 대한 최종 처분을 내리기 위해선 절차적으로 하청업체와 관련한 행정처분이 먼저 나와야 한다. 학동 철거공사는 한솔기업이 불법으로 재하도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솔기업의 주사무소 소재지인 영등포구는 이날 청문회를 통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화정아이파크 사고와 병합해 행정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재 국토부가 다음 달까지 화정아이파크 사고 조사를 끝내고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화정아이파크 사고는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학동 사고와 달리 원청사인 HDC현산의 책임이 명확해 최대 영업정지 1년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부실시공으로 인명 피해사고가 발생한 경우 ‘건설업 등록 말소’를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두 사고를 더하면 최장 1년 8개월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말소까지 예상된다. 

청문 시작에 맞춰 전국 40여개 시민단체·기관 등으로 꾸려진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HDC현산 퇴출을 위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시민대책위는 “사고 핵심 당사자인 원청회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 관행이 현대산업개발의 안하무인을 낳았다”며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그들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처벌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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