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자가진단키트 공급 물량 충분하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 개편 이후 자가진단키트 품절 대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유통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판매 지침을 내렸으나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가적 검사키트 수급 대란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자가진단키트 보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대란을 막기 위해 내달 5일까지 약국과 편의점에 대용량 포장으로 공급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낱개 판매 상한 가격을 6000원으로 지정했다. 편의점과 약국에서 1명당 1회 구입 수량은 5개로 제한했다. 또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할 수 있으며 온라인 유통은 금지된다. 지난 14일에는 자가진단키트 수급 대란을 우려해 이달 말까지 키트 3000만명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대응에도 일선 약국과 편의점을 중심으로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국산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입)까지 성행하고 있다. 약국과 편의점의 점포별 재고 격차가 심한 데다, 입고 시기를 알 수 없어 시민들의 불편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국가적 대란 속 김부겸 국무총리는 “자가진단키트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시민들은 남아있는 자가진단키트를 찾아 주변 약국과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매일 같이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말이다.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검사 키트 품귀 현상에 대해 “2월, 3월 검사키트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검사키트를 대량으로 미리 사둘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신기하다 못해 아이러니하다. 일일 신규확진자가 10만명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자가진단키트 수요는 점점 높아져만 가는데 국내에 공급된 검사키트 물량이 충분할뿐더러, 개인이 미리 과다하게 구매할 필요가 없다니. 자가진단키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전국 곳곳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는 왜 벌어졌던 것인가. 김부겸 국무총리는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해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밖엔 풀이되지 않는다.
식약처도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다. 지난 16일 김강립 식약처장은 대한약사회를 방문해 “매일 약국에 자가검사키트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제조·유통업체 등과 노력하겠다”며 “정부가 제작한 자가검사키트 사용법 등이 인쇄된 낱개 판매 봉투를 판매처에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자가진단키트 유통 물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은 빠진 주먹구구식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추운 겨울에 국민들이 길거리에 길게 줄을 서게 하는 방역 상황을 보면서 정부의 자가검사키트 수급 정책이 단편적이고 안이하다”며 정부의 자가검사키트 수급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추운 겨울, 국민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선별 진료소 앞에 길게 줄을 서거나 온종일 약국과 편의점을 서성여야 한다.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대란의 심각성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더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