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보호예수 해제일 주가 선방
불확실성 완화에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은 긍정적
결국은 기대감 높일 실적 뒷받침해야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 초대형 IPO(기업공개)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상장 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호예수 물량 해제 이슈에도 선방한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불확실성 해소와 유동 비율 증가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에 긍정적인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도 IPO 당시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실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크래프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보호예수 악재에 선방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이번 달 보호예수 해제일에도 선방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들 종목들은 지난해 시장의 큰 관심 속에서 상장한 종목들이었으나 올 들어 주가가 크게 내린 상태였다. 이에 보호예수 해제 이슈가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는 악재로 평가됐었다.
실제 전날 6개월 보호예수가 해제된 크래프톤은 직전 거래일 종가와 같은 29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크래프톤의 이날 6개월 보호예수 해제 물량은 21만주로 전체 기관 배정 물량의 3.7% 수준이었다.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인 135만4953주 대비로는 많지 않지만 주가가 하락세에 놓였다는 점에서 민감할 수 있는 이슈였다.
특히 이날은 기관 보호예수뿐만 아니라 일부 기존 주주의 의무 보유 제한이 풀리는 날이기도 했다. 2대주주인 텐센트 투자 자회사 ‘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의 의무 보유 제한 물량만 664만1640주(13.59%)에 달했다. 여기에 ‘HTK INVESTMENT HK’, 'ALTOS VENTURES Ⅳ, L.P.’, ‘카카오게임즈’ 등 법인과 의무 보유 제한을 건 개인 주주들의 물량을 포함하면 총 1471만1710주가 매물로 나올 수도 있었다. 이는 전체 상장 주식 수의 30%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역시 이번 달 보호예수 해제 이슈가 있었던 종목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7일 기관 배정 물량의 36.81%인 1326만150주가 6개월 동안 묶였다가 매매 제한이 풀렸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기간 별 보호예수 물량 중 가장 많은 수였지만 당일 주가는 되레 0.59% 상승 마감했다.
카카오페이는 보호예수 이슈에 다소 흔들린 모습을 보였다. 이달 3일 3개월 보호예수가 해제됐는데 주가가 장중 7.14% 하락했다가 갭을 메우면서 1.19% 하락에 그쳤다.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은 222만2087주로 다른 기간 보호예수 물량 대비 많다는 점에서 일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소폭 반등에 성공한 상태다.
◇ 불확실성 해소에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결국 실적 지적도
IPO 종목의 예정된 악재로 평가되는 보호예수 해제 이슈가 지나가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선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호예수 해제일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은 기관의 매물이 대량으로 나오지 않았거나 나왔더라도 그만큼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동 주식의 증가로 패시브 자금의 추가 유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 7일 ‘보호예수 해제와 유동비율 증가’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에 대해 “보호예수 해제분과 (의무 보유가 해제되는) 대주주 및 기존주주 물량으로 유동 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유동비율 특별변경 가능성에 따라 패시브 자금의 추가 유입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선 결국 실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 종목이 IPO 때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배경은 이들 기업이 제시한 성장성에 있었다”며 “성장 기대감을 더욱 높여줄 수 있는 이슈나 실적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보호예수 해제일 때 매물로 나오지 않은 물량이 다시 나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이날 전날 대비 12.79% 하락한 25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보호예수 해제 악재를 넘기는 듯 했지만 어닝 쇼크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해 영업이익 6396억원, 순이익 51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7.3%, 6.5%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6%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