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뉴타운삼호맨션 조합 시공사 재선정 검토
영업정지 앞두고 공격적 수주로 산토끼 겨냥하다 되레 집토끼 놓치는 꼴 우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안양 관양현대 재건축 사업권 확보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HDC현대산업개발에 승자의 저주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HDC현산은 근래에 영업정지에 앞서 공격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응찰한 조합에 환심을 살 만한 파격공약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기존에 HDC현산으로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의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시공사 재선정을 검토하는 영향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권 획득을 위해 이달 말 해당 조합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코오롱글로벌과 겨루게 된다. HDC현산은 광주 붕괴사고 이후 지난 5일 안양 관양현대에서 처음으로 시공권을 따내면서 이미지 회복의 첫 발을 뗐다. 서울 월계동신에서까지 승리하면 붕괴 건설사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상당부분 상쇄하고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역시 세간의 눈초리를 의식한 듯 사업권 획득을 위해 유난히 공들이는 모습이다. 안양 관양현대에서는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며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SMDP와의 협업으로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조합원이 가장 민감해 하는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이에 ▲후분양 조건으로 분양가는 안양 시세를 100% 반양해 3.3㎡당 4800만원 보장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사업비 2조원 조달 ▲가구당 7000만원 사업추진비 지급 등 파격 공약을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한 공약이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HDC현산은 이에 이달 말 시공사를 뽑는 월계동신에도 이 같은 수준을 비슷하게 유지해 사업권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게 추가분담금 없는 공사비 확정, 미분양시 100% 대물변제 등이다.
이처럼 HDC현산이 재기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안양 뉴타운삼호맨션 조합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는데 당시 이 조합에는 3.3㎡당 2500만원(2020년 관리총회 기준)의 분양가를 책정해 조합원 1인당 2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 HDC현산이 같은 안양임에도 관양현대에는 매력적 조건을 많이 제안한데 반해, 비산에 있어 위치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해당 조합원은 추가분담금까지 내는 상황에 처했으니 시공사 선정의 시기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내부에서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이에 뉴타운삼호는 지난 7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조건부 시공사 공사도급계약 해지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4월 열릴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최종 다뤄진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공약을 쏟아낸 점이 승리에 주효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사업비를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다, 기존에 공사권을 확보한 조합들이 역차별이라며 시공사 재선정 검토로 엄포를 놓고 있어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이미지 쇄신과 산토끼 잡는 차원에서 내놓는 공약이 집토끼를 달아나게 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