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고성능 제품 개발에 집중···탄소 배출 줄이기 위해 노력”
김형섭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이 9일 '세미콘 코리아 2022'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세미콘 코리아 캡처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 개발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 변경과 신공정 도입 등 혁신에 나선다. 저전력 제품 개발을 통해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감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형섭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은 9일 개막한 ‘세미콘 코리아 2022’ 기조연설자로 나서 ‘데이터 중심 시대에 실리콘 혁신을 주도하다’는 주제로 발표했다. 세미콘 코리아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하는 반도체 전시회로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김 부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자기기와 네트워크 중심의 초연결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스마트카, 바이오, 스마트 팩토리, 데이터 센터 등의 두드러진 성장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수요 증가와 성능 개선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뤄진 기술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구조와 소재 개선을 통해 D램 셀 크기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왔고, 커패시터는 좁은 영역에 높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초고층 형태의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낸드플래시는 2013년에 플래너(2D)에서 V낸드(3D) 구조로 바꾸는 혁신을 이뤘다. V낸드는 단수를 높이고 용량을 늘이기 위한 소재와 구조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반도체와 관련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공정과 게이트올어라운드(GAA)라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적용 등을 통해 미세화 한계를 극복, 세대를 연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더 높은 수준의 고사양 반도체가 요구되면서 공정 난도가 높아지고, 개발 과정도 복잡해져 기술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약 60%가 산업체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만큼 친환경 개발을 위한 반도체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부사장은 “D램은 셀의 트랜지스터 구조를 변경하거나 아예 커패시터를 없애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로직 분야에서는 전력 감소와 성능 향상을 위해 파워 네트워크를 웨이퍼 뒷면에 배치하는 기술을 학계와 반도체 제조업계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미세 패턴 스케일링 한계 극복을 위해 원하는 물질을 특정 표면에 증착하는 선택 증착 기술과 원자 단위로 식각해 정밀도를 높이고 깊이와 패턴을 균일하게 형성할 수 있는 원자층 식각 공법(ALE) 등의 신공정을 소개했다. 광학 파장을 이용한 기존 계측 대비 더 높은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엑스레이 계측 설비 등 신개념 소재 혁신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그는 “기술적 어려움 속에서 삼성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저전력 고성능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 2020년 출하된 전 세계 서버용 HDD(하드디스크)를 모두 최신 DDR5 D램과 최신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로 교체한다면 약 3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형 메모리 제품 발열을 감소시킬 때 사용하는 전력까지 고려하면 추가로 3TWh를 절감해 연간 총 7TWh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7TWh는 뉴욕에 거주하는 전 가구가 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반도체 에코 시스템을 구성하는 칩 메이커와 설비사, 소재사, 학계, 정부기관과 협력하면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반도체는 많은 것들을 혁신해왔지만, 미래에는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반도체업계의 무한한 협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