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동열 변호사 수사팀 연락해 ‘최재경 요청’이라고 언급” 보도
‘연락’ 아닌 ‘방문’ 발언 가능성 판단···法 “지엽적인 일부 오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사가 지난 2020년 6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범죄사실에서 삼성생명 관련 내용을 제외해 달라고 수사팀에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는 허위로 보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삼성생명과 관련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혐의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워런 버핏(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을 만나 제일모직의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과 삼성생명의 주요 자산인 ‘삼성전자 주식의 이면약정을 통한 처분’을 논의하고도 합병 관련 투자자에게 이런 위험 정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내용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2부(재판장 이병삼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변호인 최재경·이동열 변호사가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한겨레)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이재용 측)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입증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각 보도를 통해 적시한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2020년 9월16일자 기사에서 수사팀 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이동열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에 수사팀에 연락했고 ‘삼성생명 관련 부분은 예민하니 빼달라. 최재경 변호사의 요청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출석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사팀 관계자와 통화를 한 사실은 있지만, 삼성생명 관련 부분을 빼달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한겨레가 기사에서 ‘전화’하거나 ‘연락’해 해당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기는 했으나 이는 지엽적인 오류에 불과하고 이동열 변호사가 수사팀에 ‘방문’해 쟁점 발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동열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전 검사실을 6차례 방문했는데, 어느 한 시점에 수사팀 검사에게 쟁점 발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팀 실무자가 굳이 허위의 사실을 기자에게 직접 전달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삼성생명 내용이 전체 범죄사실 중 지엽적인 내용에 불과해 이를 빼달라고 요청할 이유가 없었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찰은 해당 내용을 피의자심문과정에서 위법한 경영권 승계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행한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재용에 대한 공소장에서도 주요 범죄사실로 ‘이재용이 2014년 5월부터 상속세 마련 등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함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2015년 5월 내지 7월 삼성생명을 사업회사, 지주회사로 인적분할 한 후 버크셔 헤서웨이에 사업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므로 이와 같은 거래추진 사실과 진행 경과 등 정보는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알려야 할 정보인데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설명자료 등에 이러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처럼 기재해 가장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는 쟁점 발언의 시기를 특정하고 취재원과의 녹취록 및 원고들의 수사팀 방문내역 등을 제출함으로써 보도에서 적시한 사실이 있었던 시기와 장소를 특정했다”면서 “(반면) 원고들은 피고가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직접 탄핵하지 못하고 검사와 면담 시 어떠한 이야기를 했다는 점을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함으로써 피고의 보도 내용의 허위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한겨레 해당 보도 직후 입장문을 내 “범죄 사실을 전혀 모르는데, 변호인이 수사팀에 삼성생명 관련 내용을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전관예우 주장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악의적인 허위 기사로 변호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