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보험 상품 판매 비중 낮아···당장 실익 적어
종합지급결제 사업자 인가 위한 준비 전략 관측
허가 받으면 계좌 발급 가능···종합금융플랫폼 도약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 금융계열사가 통합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당장의 실익은 크지 않지만 향후 삼성카드가 ‘종합지급결제’ 사업자로 인가 받을 것을 대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종합지급결제 사업자로 인가 받으면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통합 앱을 통해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생명·화재·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한 곳에 모은 앱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르면 다음 달에 선보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오픈뱅킹과 보험료 결제 등 통합 금융 서비스는 물론 내 차 시세 조회와 신차 견적, 부동산 시세 조회 등 자동차·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통합 앱 개발을 위해 지난해 4월 삼성생명·화재·증권으로부터 총 390억5300만원의 자금을 받은 바 있다.
삼성카드가 그룹 통합 앱을 출시해도 당장의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합 플랫폼이 구축되더라도 금융 계열사의 핵심인 삼성생명·화재의 보험 상품 판매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금융권에서 디지털화의 영향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생보·손보사의 온라인 채널 상품 판매한 비중은 각각 0.5%, 6.46%에 그쳤다. 당분간 보험 상품의 디지털 판매는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전망이다.
그럼에도 삼성금융그룹이 삼성카드를 중심으로 통합 앱을 구축하려고 하는 이유는 종합지급결제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관측된다.
종합지급결제 사업자 인가를 받은 카드사나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고객에게 지급계좌를 발급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좌 발급이 가능하기에 종합지급결제 사업자는 은행의 일부 기능을 맡을 수 있다. 지급계좌를 통해 급여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입 등 모든 전자금융업이 가능해진다. 다만 여·수신업은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종합지급결제 사업자가 마이데이터와 연결되면 계좌를 중심으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급결제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로보 어드바이저를 이용한 투자자문·일임업, 고객 맞춤 금융상품 추천 등이 가능하다. ‘마이페이먼트 사업’(지급지시서비스업)을 활용하면 계좌를 통해 고객 자금을 수월하게 모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마이페이먼트 사업을 카드사에도 허용하겠단 뜻을 밝힌 바 있다.
종합지급결제 사업자가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기존 금융회사들이 대면 영업을 기반으로 한 고객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가 종합지급결제 사업자로 허용되는 것에 대해 기존 금융사들이 크게 우려하는 이유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사업자들이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고객과의 접점이 상당부분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삼성 금융계열사 가운데 은행은 없다. 삼성카드가 종합지급결제 사업자에 선정된다면 삼성 통합 앱을 사용하는 고객은 계좌를 통해 종합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빅테크 뿐만 아니라 대형 금융지주와 정면 대결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삼성금융그룹의 통합 앱의 플랫폼으로서 잠재력도 막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고객은 총 32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페이(2000만명), 네이버페이(1600만명), 토스(1200만명) 등 빅테크보다 월등히 많은 규모다. 더구나 삼성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삼성페이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페이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융 앱 1위로 사용자만 1400만명에 달한다.
다만 종합지급결제 사업을 인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변수다. 개정안은 국회에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위가 기존 카드사들도 종합지급결제 사업을 허가한다고 밝혀 빅테크 특혜 논란은 해결된 만큼 추후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가 지급결제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카드사들은 종합지급결제 사업 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에 노력을 쏟고 있다”라며 “다만 삼성금융그룹의 통합 앱이 실제로 빅테크를 누르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