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고차 가격 강세 계속···전기차·하이브리드의 경우 6~10% 이상 올라
‘완성차 진출 시 가격 상승’ 중고차 업계 명분 퇴색
현대차그룹, 중고차 매매업 등록 신청···3월 정부 결론 이후 사업 시작할 듯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차 인기가 올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차 인기가 올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로 출고 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신차를 기다리지 못해 중고차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중고차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저가 경쟁력을 내세운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강점도 점차 퇴색되면서, 완성차 업계 진출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7일 중고차 업체 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차 가격은 전월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현대차 더 뉴 아반떼 AD 중고차 가격은 2.32% 상승해 최고가 기준 약 90만원 증가한 1871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쏘나타 뉴 라이즈는 0.4%, 그랜저 IG는 0.24% 가량 평균 시세가 소폭 올랐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더 뉴 니로 시세가 전월대비 1.57% 올랐고, 스포티지 더 볼드 0.34%, 더 뉴 카니발 0.3% 가격이 상승했다. 르노삼성 SM6의 경우 전월대비 1.57% 상승세를 기록해 더 뉴 아반떼 AD 다음으로 시세 상승폭이 컸다.

일부 인기 중고차 모델들의 경우 신차 가격의 90%에 달하는 차종들도 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차량의 경우 가격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중고차 가격은 4706만원으로 전월대비 11.7% 상승했다. 코나EV는 10.7%, 쏘나타 하이브리드 7.7%, 볼트EV 6.9%, 투싼하이브리드(4세대) 6.3% 등 가격이 전월대비 껑충 뛰었다.

아이오닉5, EV6 등 인기 차량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전기차 보조금을 포함한 신차 실 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플랫폼 첫차 김윤철 이사는 “신차 대란으로 인한 추가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올 봄에는 예년보다 상승세가 더 가파를 전망이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면서 ‘저가에 중고차를 살 수 있다’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강점도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차라리 믿고 살 수 있는 완성차 기업들이 진출해 ‘제 값 주고 정상 제품 사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중고차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할 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완성차 진입을 반대했으나, 최근 중고차 가격 강세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고차 판매업 등록을 신청하고,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차 매매업의 경우 등록제로 일정 요건을 갖추고 신청을 하면 허가를 해주는 방식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지만, 2019년 기한이 만료됐다. 이후 중고차 업계가 재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해도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신청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현대차그룹 중고차 사업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내린 만큼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생계형 적합업종 결론이 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부는 지난달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벌였으며, 오는 3월 회의를 다시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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