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소득 불평등 악화 반전···“전염병 시대, 기본소득 필요성 증대”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 2020년 근로소득 분배지표가 10년 만에 반전해 소득 상위층과 하위층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단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세청 근로소득 100분위 자료를 받아 분석한 근로소득 분배지표를 보면 2019년까지 꾸준히 개선 추세를 보이던 소득분배지표가 2020년 반전했다.
근로소득 분배지표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개선 흐름을 보였다. 소득 상위 10%의 소득(이하 총급여 기준)을 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10분위 배율은 2010년 77.0배에서 2019년에는 40.8배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2020년엔 10분위 배율이 42.4배로 상승했다.
소득 구간 전체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0년 0.511에서 2016년 0.467을 거쳐 2019년 0.444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20년 0.446으로 그간 개선 추세가 뒤집혔다.
분배지표 악화는 분위별 소득 점유율의 변화로도 확인됐다. 근로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2019년 7.2%에서 2020년 7.5%로 높아졌다. 2010년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7.6%였다. 최상층 소득집중도 추세적 하락에 맞춰 근로소득 하위 50% 점유율은 2010년 14.9%에서 2019년 20.2%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첫해인 2020년에 20.1%로 하락 반전했다.
세액점유율도 소득점유율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상위 1%에게 부과된 근로소득세는 2019년 31.4%에서 2020년 32.1%로 늘어났다. 2010년에는 35.5%였다. 반면 2010년 전체 세액의 0.6%를 부담하던 하위 50%의 세액점유율은 2019년 1.2%까지 점차 늘다가 코로나 원년에 1.1%로 다시 줄었다.
분위별 소득증가율을 보면,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0.1%의 2020년 근로소득(비과세 근로소득 제외한 총급여 기준)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6.0%였다. 반면 코로나19의 충격이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근로소득 하위 10%의 2020년 소득증가율은 0.8%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2019년까지 지난 9년간 하위 10%의 소득증가율은 연평균 13.5%로, 전체 소득분위의 연평균 증가율 6.8%의 2배에 가까운 소득 증가를 보였다.
개선돼 오던 근로소득 분배지표가 악화된 것은 코로나 전염병이 전체 시장소득 불평등을 더 키울 것을 예고한단 지적이 나온다.
용 의원은 “이번 분석은 자산소득 격차의 확대를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 전체 시장소득 불평등 악화를 일정하게 억제하던 근로소득이 코로나19 시대에 그간의 역할을 더 수행하기 어렵게 된 것을 보인다”며 “코로나 시대는 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의 필요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