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식품관·에르메스·델보···백화점 VIP들 선호 브랜드 달라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진짜 부자는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과일을 산다?”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 VIP들을 둘러싼 소문이 돌고 있다. 진짜 부자들은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과일을 구매한다는 것.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롯데마트, 이마트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대형마트가 없기 때문에 진짜 부자들은 현대백화점의 과일만 선호한다는 것이다.

최근 백화점 업계의 VIP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VIP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량인 만큼, 백화점들은 VIP 고객 유치를 위해 저마다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 플랫폼에서 VIP 주차권을 판매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에르메스 외관. / 사진=셔터스톡
에르메스 외관. / 사진=셔터스톡

먼저 롯데백화점의 우수고객(MVG) 등급은 7개로 분류된다. 최우수 등급인 에비뉴엘부터 레니스, MVG 프레스티지, MVG 크라운, MVG 에이스, VIP 플러스, VIP 등이다. 이 중 레니스 등급은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해야 선정된다. 에비뉴엘 선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MVG 회원들에 따르면 에비뉴엘에 선정되려면 연간실적이 2억3000만원을 넘겨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상위 3개 등급에 한해 전점 영업시간 이내 종일 무료주차, 발레파킹 서비스를 지원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올해 24K 골드바 1돈(3.75g) 2개를 자택 배송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비뉴엘 회원은 모든 라운지 입장 횟수에 제한이 없다.

신세계백화점은 상대 평가제를 통해 VIP 등급을 부여한다. 최상위등급은 트리니티다. 매해 구매 실적 기준 상위 999명만이 트리니티 회원이 될 수 있다. 올해 트리니티 실적은 1억원 후반대에서 2억3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트리니티 회원이 되면 해외 명품 구매 시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고객이 원하는 명품 브랜드를 사전 예약하면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최우수 등급은 쟈스민 블랙이다. 연간 1억2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이 대상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명품 마일리지를 신설했다. 현대백화점 VIP 고객은 현대백화점이 지정한 명품 브랜드를 구매한 후 일정 금액이 넘으면 1만 마일리지에 1.5%리워드(상품권)를 제공한다.

백화점 VIP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명품 브랜드 구매가 대중화되자 선호하는 브랜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백화점 VIP들은 일명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에르메스와 델보를 구매하고 있다.

백화점 직원 김아무개(42)씨는 “최근에 샤넬을 구매하면 노숙런(길바닥에 주저앉아 매장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에르메스나 델보 구매하려는 VIP들이 많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샤넬과 달리 희소성이 있다. 에르메스는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에르메스의 버킨백, 켈리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에르메스 제품 최소 5000만원 이상은 구매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5000만원 이력에는 에르메스 가방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 실적 조건을 채운다해도 버킨백 구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어렵다.

명품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진입 장벽을 높여 희소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백화점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롤렉스도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롤렉스 시계를 모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다. 롤렉스가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기로 한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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