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리한 몸집 키우기 자제···LG전자, 프리미엄 제품 확대
현대차, 제네시스·전기차·SUV 등 고수익 모델 집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급 기록을 썼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과 비대면 확산에 따른 업황 개선, 고수익 제품 중심 체질 개선 등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원자재 및 물류비용 상승, 불안한 글로벌 금융시장, 노사 문제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강화, 수익성 위주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279조604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18.0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1조6339억원으로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8년(58조89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자 역대 3번째로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 전망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거시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매년 공개하던 연간 메모리 반도체 성장 전망치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시설 투자도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설비 반입 시점이 길어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규모 매출을 달성했다. 작년 현대차 매출은 117조6106억원으로 전년대비 13.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조6789억원으로 전년대비 178.9% 증가했다. 이는 2014년(7조5500억원)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네시스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수익 모델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올해 전동화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친환경차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친환경차는 전년대비 33.8% 늘어난 56만4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기차 판매 목표는 22만대로 전년대비 56.3% 증가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 토요타를 비롯해 GM,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 점유율 경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2조99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6%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수익성 중심의 D램 사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올해 D램 시장 수요는 10% 후반대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발맞춰 출하량을 늘릴 계획이다.
낸드 사업의 경우 미국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통합 낸드 사업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가 마무리 되며 출범한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SSD 사업이 추가돼,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약 2배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74조721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전년대비 줄었다. LG전자는 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및 고용량, 고효율 제품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TV 시장은 올해 수요 감소와 판매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올레드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TV를 앞세워 수익을 높일 계획이다.
한편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노사 갈등으로 인한 수익 악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임금 인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노조는 ‘대화 결렬’을 선언하며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첫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부터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사측과의 갈등이 예고됐다.
안현호 현대차 신임 노조 지부장은 상여금 800% 및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 시간 1시간 유급화, 정년 연장, 각종 수당 인상,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아산 제 2공장 설립, 저 성과자 일반 해고 철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안 지부장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측과의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