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 리튬이온전지는 IP·생산라인 한계···‘전고체전지’ 투자해 선점 계획
경쟁상대 아니란 분석도···“전기차 수요대응 위해 협력도 필수”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다. 이미 배터리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리튬이온이차전지가 아닌 차세대 전지에 공을 들이는 모습인데 배터리업계에선 전고체 부문도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며 자신있어 하는 모습이다.
전고체전지 선점을 위한 배터리업계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완성차업계가 이미 배터리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리튬이온이차전지가 아닌 차세대 전지에 빠르게 투자해 기술을 확보하겠단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테슬라는 이미 2020년에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3TWh 규모 배터리 생산량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연기관차 글로벌 판매량 1·2위인 토요타와 폭스바겐도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는데, 각각 2030년까지 200GWh, 240GWh 규모의 생산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그 외 GM, 다임러, 포르쉐 등도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밝혔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배터리를 내재화함으로써 원가절감을 하겠다는 목표다. 또 장기적으로 배터리 확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자체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도 확보하겠단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지만, 배터리 업계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개발부터 양산까지 따라잡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수십 년간 배터리를 만들어 온 배터리기업들이 가진 지적재산권(IP)을 피해 기술개발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 배터리기업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들이 20~30년 가까이 기술개발을 하면서 쌓아 놓은 IP들이 많다. 그걸 피해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IP가 없는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에 있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기업들 간의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차세대 이차전지는 전고체전지다. 기존의 리튬이온전지에서 액체로 이뤄진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전지다. 이에 내구성이 높고, 화재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또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높이고 충전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린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전고체전지 기술개발에 투자해 2020년대 후반에는 배터리 내재화를 하겠단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지금 완성차업체들이 추구하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차세대 전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차세대전지는 배터리 기업들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고, 생산라인이나 파일럿도 없는 상황이니 출발점이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상용화도 돼 있고, 대량생산라인까지 구축돼 있는 리튬이온이차전지 시장에 들어가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배터리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차세대 전지의 경우 지금부터라도 기술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완성차업체들은 전고체전지 개발을 하고 있는 업체들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전고체전지 스타트업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는 현대자동차와 GM, 상하이차 등이 투자를 하고 있다. 경쟁사인 솔리드파워에도 현대자동차와 포드, BMW 등이 투자했다.
그러나 전고체전지 역시 배터리업계가 앞서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SDI는 전 세계에서 토요타에 이어 두 번째로 전고체전지 관련 IP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고분자계 전고체전지를 선보이겠단 계획이고, SK이노베이션도 산학협력 및 기업 투자 등을 통해 전고체전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한편 전고체전지 기술개발에는 완성차업체나 배터리기업이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전고체전지 기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배터리기업 관계자는 “지금 완성차업체들이 투자하고 있는 전고체전지 관련 기업들에는 배터리기업들도 투자하고 있다. 전기차 라인업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시장도 급격히 크고 있는데, 이런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실 협업이 필수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