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암보험 지급 안 한 것 부당" 제재 확정
'승소 경험' 삼성생명, 당국 상대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당국, 2년 고심 끝에 결정···문제삼기엔 부담이란 관측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암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되면서 또 다시 소송전이 벌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생명은 암보험금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업계에선 징계가 향후 보험금 지급의 선례가 될 수 있기에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당국이 2년 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기에 삼성생명도 쉽게 문제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이 제기한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따른 암입원보험금 부(不)지급 등 보험업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안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금감원이 지적한 519건 가운데 496건은 보험약관 상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해석했다. 이에 암 입원보험금 부지급에 대해서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했고, 금감원이 결정한 '기관경고' 중징계도 확정됐다. 삼성생명과 계열사들은 신사업 진출이 1년 간 제한된다.
삼성생명은 금융당국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복 소송은 금감원의 제재 통보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소송을 하면 삼성생명은 이번엔 금융당국을 상대로 암보험 약관 해석을 둘러싼 공방을 또 다시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암 보험금 지급 문제는 지난 2017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공동대표 중 한 명이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쟁점은 삼성생명의 암보험 약관 상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가였다. 삼성생명은 2010년 이후로 요양병원 장기입원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3년 간 다툼 끝에 지난 2020년 대법원은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보험업권에선 암 보험금 지급 관련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법원이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을 낸 만큼 또 승소할 확률이 있는 점도 소송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또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배임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점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행정소송을 내더라도 가처분 신청은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실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계열사인 삼성카드는 이번 제재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1년 더 늦어져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본 소송이 최종적으로 끝나 제재가 확정될 때 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은 더 미뤄지게 된다.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려면 징계가 풀릴 때 까지 1년을 보내는 것이 더 낫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금 분쟁 관련해서는 어떤 결론이든 재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보험사는 당국의 결정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물을 수 있다”라며 “다만 가처분 신청은 금감원의 결정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사인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이 부분은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징계는 금융위가 2년이 넘게 고심한 끝에 내린 것이기에 무리하게 소송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는 징계안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해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기도 했다.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 입장인 삼성생명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는 부담이 클 것이란 해석이다.
더구나 징계 안이 당초 예상보다 수위가 낮아진 점도 소송 가능성을 적게 보는 이유로 꼽힌다. 이번 결정은 암보험 부지급 문제뿐만 아니라 삼성SDS 용역계약 지체상금 미청구건에 대한 판단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삼성SDS로부터 지연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아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선 보험업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조치명령'으로 징계 수위를 경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위의 의결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서를 봐야 입장을 정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