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은 A노선 뿐인데···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GTX-F노선 신설까지 약속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 노선 신설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수도권 집값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들의 개발공약이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공약경쟁은 갈수록 격화되는 것이다. 지난해 GTX 호재 기대감에 추격매수가 몰리면서 수도권 집값이 크게 상승했던 만큼 부동산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경기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재 추진 중인 GTX A·B·C 노선의 속도를 개선하는 것과 함께 신규 노선을 추가하는 GTX+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GTX-A+ 노선에선 동탄∼평택 연장을 추진하고, GTX-C+ 노선에선 북부는 동두천까지, 남부는 병점·오산·평택까지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밖에 GTX-D는 김포∼부천∼강남∼하남 구간으로 만들고, GTX-E(인천~시흥·광명신도시~서울~구리~포천)와 GTX-F(파주~삼송~서울~위례~광주~이천~여주) 노선 신설을 계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보다 앞선 이달 초 ‘수도권 30분 내 서울 출근 시대’를 슬로건으로 앞세워 이를 위한 방안으로 GTX 노선 연장과 신설 내용을 담은 공약을 내놓았다. GTX-A와 GTX-C 노선을 평택까지 연장하고, GTX-D 노선은 강남까지 연장하되 광주~여주를 잇는 라인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GTX-E·F 노선 신설도 약속했다.
GTX는 부동산 시장에서 초대형 개발호재로 인식되는 만큼 여야 대선후보 모두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서둘러 공약을 내거는 모습이다. 두 후보의 발표에 GTX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여건 개선 및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시장참여자들의 우려도 크다. GTX는 지난 수년간 주택시장에서 집값 불쏘시개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파급효과가 매우 컸다. 경기도 의왕시는 GTX 호재로 지난 한 해 아파트값이 38.56% 급등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의왕 뿐 아니라 안양, 시흥 등에서도 GTX발 집값 급등현상은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중순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 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도 있어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특이 동향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실수요자들이 후보들의 GTX 공약만 믿고 추격매수를 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GTX 완공까지 시간과 비용 등 변수가 많은데다 GTX 이슈로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 지역 곳곳에서 가격 하락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GTX로 집값이 급등했다고 앞서 언급한 의왕시(-0.01%), 안양시(-0.01%), 군포시(-0.03%) 등도 이달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GTX-A 노선을 제외한 다른 노선은 삽을 뜨지도 못한 상황에 표심잡기 공약만 보고 매수를 고려하는 것은 향후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