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VCNC 고안한 제도···레벨 구성, 평가요소, 혜택방안 구체적 명시
사측의 지휘·감독 여부 판단에 영향···사측 “드라이버 정산은 협력업체가”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차량공유 업체 쏘카의 자회사 VCNC가 타다 드라이버들이 사용하는 앱에 ‘드라이버 레벨제’와 이와 연동된 ‘특별수수료율’과 관련해 게재한 공지사항이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쏘카와 VCNC가 고안한 제도를 직접 공지했다는 점에서 사측의 사용자성을 의심할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쏘카가 중노위의 ‘근로자인 타다 드라이버를 부당해고 했다'는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보조참가인인 타다 드라이버 측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지사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시사저널e가 입수한 ‘드라이버 레벨제 시행’이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에 따르면, 타다는 드라이버의 레벨을 BASIC→GOOD→BEST→PERFECT로 구성하고 구체적인 평가요소에 근거해 특별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요소로는 서비스친절(별점)외에도 업무성과(매출, 일별 최소 운행건수), 참여도(출근 일수, 미수락 및 배차취소 건수, 대기지역 이탈건수) 등이 공지됐다. 혜택방안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 공지사항은 사측의 사용자성과 드라이버의 근로자성 판단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 될 것으로 전망된다. 쏘카와 VCNC가 고안한 제도가 ‘타다’라는 이름을 통해 공지했기 때문이다.
보조참가인 측 대리인은 “타다 앱을 개발한 회사는 VCNC이고, VCNC는 쏘카의 승인을 받아 모든 서비스 내용을 결정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쏘카의 승인 아래 VCNC가 공지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쏘카) 측도 서면에서 (드라이버 레벨제를) 쏘카와 VCNC가 고안했다고 시인하고 있다”며 “쏘카나 VCNC가 드라이버를 지휘감독 한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라이버 레벨제는 중노위의 판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노위는 (타다 드라이버가) 레벨제를 통한 근무실적 평가, 평가 결과에 따라 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받은 것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조참가인 측 대리인은 “(드라이버 레벨제 공지사항은) 사측의 사용자성과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수많은 근거 자료중 하나일 뿐”이라며 “업무내용 결정과 지시과정에서 협력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쏘카의 대리인 측은 해당 공지사항에 대해 “현재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전해왔다. 다만 협력업체에 드라이버 운전용역대금의 약 10%를 추가로 지급했고, 드라이버에 대한 정산은 협력업체의 자율에 의해 배분되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쏘카-VCNC-협력업체-드라이버로 이어지는 계약관계에서 쏘카와 VCNC가 직접 드라이버에게 업무 등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지휘명령이 없었기 때문에 부당한 해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쏘카가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오는 3월4일 VCNC 전 시스템 담당자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쏘카 대표 겸직)의 형사사건 결과에 영향이 불가피해 주목받고 있다. 형사사건 심리절차는 대부분 마무리 된 상태로, 항소심 재판부는 이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와 박 대표는 형사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심은 타다의 서비스 형태를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계약’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타다 서비스가 허가받지 않은 유상 여객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