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와 인력 규모 차이 ‘심각’···대면 영업 경쟁력 확보 힘들어
라이나금융서비스, TM판매전문으로 전환 예정···동양생명도 TM판매 자회사 출범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보험상품 개발 조직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가 보험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이 TM(Tele Marketing) 조직에 자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전통의 ‘TM 강자’ 라이나생명보험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라이나금융서비스’의 대면 영업을 중단하고 TM채널 전문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양생명 역시 TM판매 전문 자회사를 새롭게 출범하며 판매 상품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대형 GA들과의 인력 차이로 인해 대면 채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지자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다만 TM채널의 경우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디지털 채널의 성장으로 인해 업계 전체적으로 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 대형 GA 설계사수 1만명 이상···중소형 GA, 생존 힘들어
25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최근 자회사형 GA 라이나금융서비스의 대면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라이나생명은 향후 자사 TM 조직을 라이나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라이나금융서비스를 완전 TM영업 전문 GA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재 라이나금융서비스 내 대면영업 조직은 다른 외부 GA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생명 역시 이달 TM판매 자회사 ‘마이엔젤금융서비스’를 출범했다. 마이엔젤금융서비스는 동양생명의 TM조직을 분사해 만든 보험업계 최초의 TM판매 자회사다. 최초 자본금은 100억원 규모며 1000여명의 동양생명 전속 상담원들이 마이엔젤금융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마이엔젤금융서비스는 암보험, 종신보험, 정기보험 등 동양생명의 기존 상품들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내 손해보험 상품도 추가해 판매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들 생보사가 판매자회사 조직 확대 또는 신규 설립에 나선 것은 최근 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제판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과 지난해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 등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판매자회사로 자사 설계사 조직을 이전하거나 새롭게 자회사를 설립했다.
판매채널을 전속 설계사에서 자회사형 GA로 전환할 경우 인건비, 임차료, 교육훈련비 등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생보 상품 외 손해보험 상품도 함께 판매함으로써 판매 수수료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라이나생명과 동양생명이 제판분리 수단으로 TM판매 자회사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경영 효율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인력 규모가 영업력과 직결되는 대면 영업 방식으로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생명 자회사)를 비롯한 타 대형 GA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1만8765명에 달하며 GA코리아(1만4253명)와 글로벌금융판매(1만2131명), 인카금융서비스(1만1446명) 등 대형 GA들도 1만명이 넘는 설계사 수를 자랑하고 있다.
반면 라이나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현재 140여명에 불과하며 라이나생명 전속 설계사 수도 1147명에 불과하다. 동양생명의 전속 설계사 역시 2257명으로 미래에셋금융서비스(3862명)보다 그 수가 작다.
◇라이나생명, ‘업계 1위’ TM채널에 ‘선택과 집중’···전체 시장 규모는 축소
작은 설계사 조직 규모에도 불구하고 TM채널 판매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중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전통의 TM강자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10월 기준 TM채널로 131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거뒀다. 동양생명도 같은 기간 업계 4위에 해당하는 40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했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GA업계의 성장과 업계 양극화로 인해 대형 GA들의 시장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에 인력이 작은 GA들의 생존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판매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게되면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단행한 제판분리가 오히려 효율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강점을 갖고 있는 TM부분에 집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금소법 시행과 디지털 채널의 성장의 영향으로 축소되고 있는 TM 판매 규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TM판매 자회사가 향후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준 생보사 전체 TM채널 초회보험료는 430억원으로 전년 동기(613억원) 대비 29.85% 줄어들었다. 라이나생명 역시 138억원에서 131억원으로 5.07% 줄어들었으며 동양생명도 41억원에서 4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특성상 금소법 위반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고 때문에 지난해 일시적으로 TM영업이 크게 위축됐다”며 “자회사로 설계사 조직을 옮기는 과정에서 TM채널 인력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어느정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