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금리 3년 만에 4%대로···수요예측 흥행도 어려워져
목표규모 못채우면 이미지 '타격'···이자비용 증가도 부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도 신종발행증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요예측에 적은 금액이 몰리는가 하면 발행 금리도 3년 만에 4%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는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더욱 신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목표한 금액을 조달하는데 실패하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하나금융지주는 5년 중도상환옵션(콜옵션)이 있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주목할 점은 발행금리가 4% 라는 점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8년 11월 신종자본증권을 4.04%로 발행한 후 약 3년 2개월 만에 4%대 금리로 자본을 조달했다. 지난 2019년부터 하나금융은 줄곧 3%대의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수요예측에도 자금이 예상보다 몰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 이뤄진 수요예측에 286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발행을 결정할 당시 정했던 2700억원을 약간 넘어선 규모다. 이에 하나금융은 증액 없이 당초 계획 그대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가 크게 올랐다. 신한금융은 하나금융과 같은 날 수요예측을 한 결과 5년 콜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을 3.9% 금리로 5620억원을 발행했다. 10년 콜옵션 물량은 4% 금리에 발행돼 380억원을 조달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8월에 4%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후 줄곧 3%대를 유지했다. 다만 신한금융은 수요예측에는 흥행에 성공해 당초 계획이었던 4000억원보다 2000억원을 늘려 발행했다.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조건은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두 번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새해 첫 달에도 올렸다. 이에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직전 수준인 1.25%로 올라섰다. 기준금리는 올해 더 인상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시장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 물 금리도 지난해 초 1% 아래였지만 최근 2.1%선으로 올라섰다.

금융지주는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결정하는데 더욱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예측에서 목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몰린다면 그룹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일반 회사채보다 리스크가 크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 위주로 투자금이 몰린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회사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발행 규모 달성에 실패하면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판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라며 "수요예측에 성공하기 위해 관련 직원들이 전력을 다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발행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커지는 점도 문제란 지적이다. 금융지주는 별개의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은 자회사의 배당 외엔 사실상 없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늘어나면 자회사의 부담도 커진다.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금융지주의 늘어난 이자비용은 그룹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금융지주는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제로금리’ 기조 속에서 지난해와 2020년에 각각 3조550억원, 4조5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는 2019년 수준(2조8150억원) 이하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지주는 올해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신종자본증권 발행규모가 줄어든다고 해도 당장 경영에 큰 영향은 없다. 하지만 비은행 금융사를 사들이는 데는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KB금융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데 있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대규모로 자본을 확보한 바 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한해 자본조달 목표가 있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올해도 계속 될 것이다”라며 “다만 금리사 상승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기 때문에 목표 발행 금액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자료=하나금융지주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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