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연내 고지 의무 강화하는 법 개정안 마련
KT, 지난해 통신장애 문자 아닌 홈페이지 공지해 혼란 가중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통신사가 서비스 장애에 대해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지체 없이 장애를 알리도록 연내 입법을 추진한다. 반복되는 통신 장애 사고에도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서비스 장애 고지를 정확히 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지난해 전국 통신장애 사고를 낸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업자가 통신 서비스 장애 시 가입자에게 장애 사실을 문자메시지, SNS(카카오톡, 라인 등)를 통해 즉시 알리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개정안 초안 마련 단계로, 연내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KT의 전국 유·무선 통신장애 사고 관련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지난해 사고 이후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에는 전국적인 유선망 장애 시 무선망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의 유선망을 경유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통신사 간 상호백업체계를 확대하거나, 국지적 무선망 장애 발생 시 이용자가 기존 단말을 통해 다른 통신사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는 로밍 규모를 시도규모 통신재난에 대부분 대응할 수 있도록 1.5배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그러나 사고 발생 직후 유·무선 가입자들에게 장애 사실을 즉시 알리도록 하는 방안은 개선 과제로 남겼다. 현행법상 강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당장 적용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신사는 서비스 장애에 대해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홈페이지 중 하나의 방법으로 공지해야 한다. 특정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KT는 통신망 장애로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장애 사실을 문자가 아닌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그 결과 가입자 불편 및 혼란은 장시간 이어졌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들겠단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최성준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은 “현재 법령은 고지해야 한다고만 돼 있고, 특정수단으로 해야 한다고는 안 돼 있다”며 “KT가 홈페이지로만 공지했는데, 앞으로는 SNS나 문자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사업자 자율적용을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통신사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됐단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제도 개선 전 발생하는 통신 장애 사고에 대해선 재난문자를 통해 국민에게 고지해 실효성이 부족한 현행법을 보완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한 장애 고지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다만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지하도록 하는 것은 법과 하위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당초 사업자 간 자율적용에 맡기려 했지만 적용되지 않아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선 서비스의 경우 바로 고지하는 사업자도 있지만 무선의 경우는 (피해가 예상되는) 가입자 특정이 어렵고, 개인정보 이슈 등이 있어서 임의 적용해 고지하기는 어렵다는 게 통신사의 설명”이라며 “특히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가입자들이 스팸문자로 받아들여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통신3사는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실제 개정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통신 장애 발생 시 지체 없이 사실과 원인, 대응조치 등을 알리지 않으면 보상 관련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앞서 KT는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해 현행 규정상 의무를 다해 책임을 면한 상황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돼 고지 수단이 특정됐음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고지가 이뤄진다면 보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법 개정은 장애 보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들이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