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개정, 금융당국 정책과 달라···충분한 검토 필요
여야 각각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모호한 기준, 법정 분쟁 유발 우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제 20대 대선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대선 주자들의 금융관련 공약들이 하나 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으며 각 당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들도 활발해지고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흔히 나타나던 금융사 때리기 정책들도 역시나 반복되는 모양새다.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들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선거철에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화·보호하기 위한 공약들이 등장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실손보험료 인상률 하향 조정 등 금융당국 권한 내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을 펼치는 것과 입법까지 진행하는 것은 명백히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선거철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을 개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현재 국회에는 여야에서 각각 발의한 두 건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여당 측에서 발의한 법안은 ‘셀프 손해사정’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이며 야당에서 발의한 법안은 보험사가 약관 등에 보험금 지급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두 법안 모두 보험소비자가 보험금 지급, 보험료 산정 등에서 불이익 받는 일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그 취지는 보험업계에서도 백번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발의된 법안의 기준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아 세부적인 검토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여당 법안에서 명시하고 있는 ‘손해사정 업무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나 야당 법안의 ‘보험금 적정성 준수 의무’가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 업계 관계자들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많은 법정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금융관련 공약으로 내세운 ‘편면적 구속력’ 역시 마찬가지다. 관련 입법이 구체적으로 시도되고 있지는 않지만 해당 공약은 법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 정부 임기동안에 금융권에서는 즉시연금 과소지급 사태, DLF(파생결합펀드)사태,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때문에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며 그에 따른 영업행위 제한은 금융사가 일정 부분 감안해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입법만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 번의 법안 개정을 되돌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그 동안의 혼란은 금융사와 소비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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