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하림 오너일가 일감몰아주기 수사···“아직 조사 단계” 밝혀
하림 지배구조 개편, 경영승계 작업 밑그림 관측도···오너일가 지배력 강화하는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하림그룹 오너일가가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오너일가의 위법사항과 그룹 계열사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 증여 혐의 관련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하림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경영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하림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은 하림그룹 지주회사와 계열사를 동원해 장남인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림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말 하림그룹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제공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림 계열사 양돈농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동물약품을 올품을 통해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하림그룹 사료 계열사는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던 사료첨가제를 올품을 통해 구매하면서 3%의 중간 마진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하림과 올품은 삼계 시장의 총 93%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들과 6년여간 담합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복·중복·말복 등 판매 성수기에 가격을 상승시키고 비수기에는 가격 하락을 막는 방식으로 담합해온 것이다. 또 하림은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출고량 조절에도 가담했다. 해당 기간에 7차례에 걸쳐 삼계 병아리 입식량을 감축하거나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삼계 신선육 생산물량 자체를 감소시켰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이라며 “수사 과정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하림을 둘러싼 ‘편법승계’ 논란
문제는 하림을 둘러싼 편법승계 의혹이다. 하림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와 계열사들이 부당지원과 내부거래를 통해 올품을 지원하면서 그룹 지주사 위에 위치한 회사로 만들어 편법승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김준영씨는 증여세를 100억원 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 2010년 김준영씨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법인 증여 방안을 검토했다. 구체적으로 2012년 1월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장남에게 증여했고, 하림 계열사들은 2017년 2월까지 올품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하림지주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경영승계 작업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림지주는 오는 3월 주식교환을 통해 엔에스쇼핑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이후 홈쇼핑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할하고 분할 신설되는 투자법인을 합병해 하림산업 등을 직속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포괄적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엔에스쇼핑은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상장 폐지된다. 엔에스쇼핑은 TV홈쇼핑 사업을 하는 존속회사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신설회사로 인적 분할된다. 신설회사는 하림지주와 합병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식교환이 하림그룹의 경영승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 최대주주는 지분율 22.95%를 보유한 김홍국 회장이다. 2대주주는 20.25%를 갖고 있는 한국인베스트먼트, 3대주주는 4.36%의 올품이다. 김준영씨는 하림지주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공시되고 있지만,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2대주주인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올품의 100% 자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품이 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실질적으로 하림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지분율은 김준영씨가 김홍국 회장보다 높다.
여기에 하림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주식교환 후 하림지주와 합병이 예정된 엔에스홀딩스에는 부동산개발업과 식품, 식자재업을 담당하는 하림산업이 포함돼 있다. 이 부분에서 하림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단지의 수익 발생이 예상된다. 하림산업이 하림지주로 넘어간 상황에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개발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이익은 배당을 통해 최대주주인 김 회장을 비롯해 한국인베스트먼트, 올품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게 된다. 결국 김준영씨가 한국인베스트먼트와 올품을 소유하고 있어, 이 배당 수익은 김준영씨의 경영승계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엔에스쇼핑 측은 “엔에스쇼핑은 분산돼 있던 사업역량을 홈쇼핑 사업에 집중해 기존 홈쇼핑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새로운 에너지를 그룹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