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지난해 낸드 500억원 흑자 추산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에서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제품인 128단 낸드플래시 수율 개선으로 원가가 절감됐고,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흑자 전환에 힘입어 올해 낸드 사업을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중심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지난해 말 확정된 만큼 출하량 확대 등 점유율 상승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SK하이닉스, 3년 만에 낸드 적자 탈출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낸드 사업에서 흑자 전환해 5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2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져 약 6800억원 손실을 입었지만, 하반기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73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18년 4분기 이후 지난해 2분기까지 지속된 11분기 연속 낸드플래시 적자 행진을 마감하고, 3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128단 제품 수율이 개선되면서 이익률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또 증권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낸드 매출은 10조원 이상으로 전년(7조5000억원)보다 약 30% 이상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당시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컨퍼런스 콜에서 “보수적인 사업 전망을 하고 있는 D램과 달리 낸드는 원가 경쟁력을 활용해 수급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낸드 사업은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물량 확대고, 두 번째는 기술력 배가”라며 “D램과 다르게 낸드 산업은 물량만 가지고 이익을 낼 수 없다. 특히 기업용 서버 제품은 소프트웨어나 전체 시스템에 대한 솔루션 능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낸드에서 수익을 낸 업체들이 많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해 스케일이 더 커졌기 때문에 출하량 확대와 기술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며 “생산력을 증대하려고 설비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M&A(인수합병) 이후 회사 운영이나 관리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기업용 SSD 제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기업용 SSD 제품./ 사진=SK하이닉스

◇낸드 비트그로스 전망치 80%···삼성전자·마이크론보다 높은 수치

SK하이닉스의 올해 낸드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성장률)는 40% 정도로 예상된다. 인텔 수치까지 합산하면 80%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올해 낸드 비트그로스 전망치는 3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SK하이닉스는 출하량을 늘려 점유율 상승에 나설 전망이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인텔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기업용 SSD를 발전시켜 입지를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3분기에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 16.9%를 기록, 삼성전자(47.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8.6%로 양사 합산 수치는 25.5%로 늘어난다.

기업용 SSD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어 시장 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망과 달리 메모리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강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지만, 수요가 꺾이지 않으면서 메모리 업황 둔화는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서버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PC나 노트북 수요도 나쁘지 않다. 낸드플래시 현물가격도 계속 오르는 등 우려보다는 시황이 훨씬 좋은 상황”이라며 “중국 시안이 코로나19로 봉쇄된 이후 현지에 위치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이 감산에 돌입해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단기적인 이슈이지만, 이런 점도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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