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LG 계열분리 당시 3형제 합의 원칙···경영권 분쟁 방지 목적
21조 통행세 의혹, 햇수로 3년째 재판

구자은 신임 LS 회장 / 사진=LS그룹 제공
구자은 신임 LS 회장. / 사진=LS그룹 제공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LS그룹은 LG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여섯 형제 중 넷째 고 구태회(LG전선 명예회장), 다섯째 고 구평회(E1 명예회장), 막내 고 구두회(예스코 명예회장) 형제들이 지난 2003년 독립해 만든 범 LG계 대기업이다. 

3형제는 각 장남에게 회장직을 계승하는 ‘사촌형제 공동경영’을 원칙으로 그룹을 운영했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을 그룹 초대 회장으로 하고,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구자열 회장 역시 이번 2022년 인사에서 구두회 회장의 장남이자 사촌동생인 구자은(57) 회장을 그룹 3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구자은 신임 회장은 사촌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향후 9년간 LS그룹 회장직을 맡게 된다.

LS그룹의 ‘사촌형제 공동경영’은 경영권 분쟁 소지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원칙이다. 경영권 이양을 놓고 다툼이 잦은 재계에서 LS의 만의 특별한 전통이 지켜진 셈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구자은 신임 회장은 1964년생으로 1953년생인 구자열 회장보다는 11살이 젊다. LS그룹은 구자은 회장이 젊은 감각으로 회사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1990년 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현장 경험을 쌓았다. LG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LS전선, LG전자,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S니꼬동제련 등에서 재직했다.

구 신임 회장은 지난 2015년 LS엠트론 부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18년 그룹 지주사인 ㈜LS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이듬해 LS엠트론 회장직에 올랐으며, 같은 해부터 ㈜LS 내 미래혁신단을 맡아 디지털 전환(DX) 과제를 촉진하는 등 그룹변화를 이끌어왔다.

구 신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신사업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고”을 다짐했다.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는 포부다. 이 밖에도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글로벌화, ESG를 통한 사회와 함께하는 성장 등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룹 회장 인사와 함께 단행된 9개 계열사 수장 교체와 47명의 승진인사도 상징적이다.

구 신임 회장은 지난 3일 취임사에서 “전임 회장님 두 분께서는 우리 그룹의 든든한 뿌리와 뼈대를 일구시고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주셨다”며 “저는 전임 회장님들께서 이루신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고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LS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통행세 거래’ 일감몰아주기 사법리스크는 여전···3년째 재판 중

미래도약을 위해 새 진용을 짠 LS그룹이지만, 총 21조원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통행세 거래 의혹’은 사법리스크로 남아있다. 구자은 신임 회장 외에도 사촌 형들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피고인석에 선다.

검찰은 LS그룹이 약 14년 동안 통행세를 받는 법인 ‘LS글로벌’을 설립해 21조원 가량의 전기동(電氣銅, 동광석을 제련한 전선 원재료) 일감을 몰아주는 등 계열사 부당지원을 했다고 본다. 몰아준 일감은 국내 전기동 시장 물량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글로벌 지분은 LS가 51%, 총수 일가 12명이 각 그룹 지배비율에 따라 총 49%를 취득했다. 검찰은 통행세를 통한 차익이 총수 일가 경영권 유지 및 승계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고 본다.

LS그룹 측은 회사별로 거래를 하면 할인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효율화를 목적으로 통합구매법인(LS글로벌)을 출범시켰다는 입장이다.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재판은 길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3번의 공판준비기일과 2번의 공판기일이 열렸다. 올해 3월에 속행 공판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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