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서비스로 비금융 데이터 확보해 금융 서비스 확대
"'부업'에 대규모 자금 투입할 수 있을까" 의문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은행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드는 등 시중은행이 잇달아 생활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중은행은 생활서비스 제공을 통해 확보한 비금융 데이터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부업’으로 시작하는 만큼 생활서비스 사업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권에서 자체 배달 앱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신한은행이 최초다. 서울 6개구(광진·관악·마포·강남·서초·송파)에서 일부 서비스를 시행한 후 개선점을 보완해 오는 14일 본격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이 서비스는 모바일뱅킹 앱 '신한 쏠(SOL)'의 부대 서비스로 추가되는 것이 아닌 별개의 독립된 앱을 통해 이뤄진다. 신한은행이 본격적으로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가맹점을 대상으로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 수수료율을 업계 최저 수준인 2%로 적용하는 등 소상공인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생활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My편의점’을 출시했다. 우리WON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고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8월 꽃 배달 결제 서비스인 ‘올원플라워’를 시작한 바 있다. 농협은행 모바일뱅킹 앱에서 한국화훼농협의 꽃다발, 화환, 난 등 화훼 상품을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KB스타뱅킹 앱에 배달앱 ‘요기요’ 배너를 설치했다.
시중은행이 생활서비스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과 데이터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 이용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제안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들은 사회초년생, 주부, 온·오프라인 소상공인 등 이른바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상품 개발을 하는데 있어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 앱 출시에 맞춰 라이더 대상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라이더들은 보통 금융 거래 내역이 부족해 맞춤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은행들은 비금융 데이터가 필요한 직업군으로 꼽힌다. 배달 플랫폼에 근무하는 고객들의 금융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땡겨요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도 출시했다. 특히 사업자 대상 대출상품은 자금이 급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선정산 서비스로 시행된다. 온라인 플랫폼 매출 정산기일 단축을 위해 사업자가 매출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이를 토대로 정산 예정금을 산출해 단기 운전자금 대출을 미리 제공하는 것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땡겨요 사업은 당장은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데이터 확보를 통해 금융 서비스의 확장에 목적이 있다”라며 “또 땡겨요 가입 개인사업자들에게 고객 데이터를 제공해 단골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등 시장의 선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목적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달앱 업계는 신한은행의 시도의 성공에 대해선 미지수란 반응이다. 배달앱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지만 고객을 확보해 사업을 유지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배달앱 업체들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케팅에 쏟아 붓고 있다. 더구나 라이더 확보도 쉽지 않아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이 주력인 신한은행이 과연 땡겨요 고객 확보를 위해 큰 비용을 계속 지불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한은행도 사업을 계속 하려면 고객을 확보해 수익을 내야 한다. 물론 신한은행은 연간 2조원 넘게 순익을 낼 정도로 자금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금융업이 아닌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 커진다면 이를 견딜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가맹점주를 상대로 수수료율을 낮게 받는 부분은 업계에 신선한 자극이 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은행이 주력 업종이 아닌 사업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