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도매가 보다 낮은 소매가, 경쟁제한 효과 커”
KT·LGU+ “경쟁제한 의도 없어”
대법, 지난해 파기환송···고법 올해 본격 심리 시작
업계, ‘이윤압착’ 최초 적용 사례로 주목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와 LG유플러스의 무선통신망 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 시장 독식에 대한 판단이 연내 나올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후 무려 7년만에 나오는 결정이다. 양사는 공정위를 상대로 항소에 항소를 거듭했고 대법원 판결도 나왔지만 독점에 대한 판결은 미뤄졌다. 최근 파기환송심이 시작됐는데 시장 독식으로 판단되면 기업메시징서비스 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 1차변론기일이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이 KT와 LG유플러스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시작됐다. 파기환송심에서 KT와 LG유플러스 법률대리인은 각각 법무법인 율촌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공정위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지평 등이 맡았다.

◇ 계속 뒤집히는 ‘KT·LGU+ 불공정행위 판단’···대법, 파기환송

공정위는 2015년 KT와 LG유플러스가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가진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을 독식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과징금 19억원과 43억원을 납부하도록 명령했다.

기업메시징서비스는 기업이 신용카드 승인, 배달 안내 등의 문자메시지를 통지해 주는 서비스다. 1998년 부가통신사들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LG유플러스와 KT가 2009년부터 부가통신사에 공급하는 무선통신망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직접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특히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건당 9.2원의 통상거래가격보다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공정 경쟁을 해쳤다고 판단했다.

이후 두 회사는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시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통상거래가격에 두 회사의 비용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가격 산출에 문제가 있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은 KT와 LG유플러스가 부당하게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대가로 서비스를 공급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소매가격을 도매가격에 비해 낮게 설정한 이윤압착행위 대해 공정거래법의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즉 두 회사의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행위라고 본 것이다.

◇ 파기환송심 속행···재판부, KT·LGU+ 경쟁제한 효과 추가 심리 필요 언급

이 가운데 지난달 열린 파기환송심 1차변론기일에선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KT·LG유플러스 진영과 공정위는 ‘이윤압착’ 적용 여부를 중점으로 공방을 벌였다.

이윤압착은 원재료를 독과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완성품도 동시에 생산·판매하는 수직통합사업자가 원재료 가격과 완성품 가격의 폭을 좁게 책정하는 등 경쟁행위를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경쟁사업자 배제 효과나 의도는 없었다며 공정위와 대법원이 이윤압착을 최초 적용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추가 심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 즉 ‘부당성’이 충족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단 것이다.

원고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은 이윤압착 적용 여부가 국내에서 최초로 문제된 사건으로, 향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규제 관련 법 집행과 사법작용에 있어 그 선례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관련 법리를 최초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대법원의 판결 취지 자체는 존중한다”면서도 “외형상 이윤압착 행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여도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행위로 결론 내리기 위해선 이윤압착 규제가 필요한 이유, 행위의 경쟁제한 효과나 의도 등에 비추어 이윤압착 이론이 적용될 만한 행위인지,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행위인지 면밀하고 엄격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윤압착의 근거로 공정위가 산정·활용한 통상거래가격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원고 법률대리인은 “원고의 도매가격은 9원으로 소매가격과 도매가격의 차이가 음수인 사례, 즉 원고가 소매가격을 도매가격보다 낮게 책정한 사례는 특수한 사정에 의해 8.7원에 판매한 단 1건에 불과하다”며 “설령 이윤압착 정도를 파악함에 있어서 도매가격을 통신3사의 가중평균도매가격인 9.2원으로 파악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원고가 설정한 소매가격과 도매가격의 차이는 음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가 설정한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가 음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처럼 그 차이가 음수라는 전제하에 원고 행위의 경쟁사업자 배제 우려와 경쟁제한 의도를 추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도매가격보다 소매가격이 낮은 경우 독점의도나 경쟁제한성이 추정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통상거래가격 추정과 관련해선 대법원에서 이미 정리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단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 법률대리인은 “통상거래가격은 대법원에서 정리가 돼 문제가 없다. 또 원고가 이윤압착 얘기하면서 준비서면에 외국 사례를 언급했는데. 해외는 해당 서비스를 할 때 필수요소(전송서비스)를 구하는 것 말고, 대체수단이 있는 구조”라며 “그러나 이번 건은 기업메시징서비스를 하려면 통신3사에 전송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즉 다른 대체수단이 없다는 점이 부당성 판단에서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윤압착 적용을 판단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났는지, 부당성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원고에 경쟁제한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하기 위한 입증계획 신청서를, 공정위에는 위반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사업자 진입 봉쇄 효과 발생비율’을 산정해 주장할 것을 요구했다. 파기환송심의 2차변론기일은 오는 3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다면 KT와 LG유플러스의 기업메시징서비스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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